의료기기업계·개원가 “상한금액 상향” 한 목소리...심평원 “충분히 조정 가능”

 

치료재료 상한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업체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부 치료재료의 수입 중단을 결정하기도 하고, 고시된 상한금액을 초과한 금액으로 의료기관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법상 치료재료 상한금액이 낮다 보니 치료재료 수입 또는 제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치료재료 상한금액을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의료기기 업계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상한금액 초과해 유통하거나 이미 시장 철수 
터무니없는 상한금액...“현장 모르는 가격”

서울의 한 비뇨기과는 진료과 특성상 매번 사용할 수밖에 없는 폴리카테터(소변줄)을 급여상한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은 3500원이지만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금액은 5000원이다. 

그런데 이처럼 상한금액보다 더 비싸게 공급되는 치료재료는 이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소변줄을 비롯해 정관복원용 봉합사, 척추마취에 사용하는 카테터 등도 상한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개원가에 공급된다. 

실제 또 다른 비뇨기과 원장은 A의료기기 업체가 수입·판매하는 척추마취 카테터를 보험상한가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9600원짜리 카테터를 실제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은 1만 9000원. 

업계는 불합리한 치료재료 상한금액 산정기준을 지적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치료재료 비용을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라 지불하되, 품목별로 상한금액을 정해놓고 있다. 

동일 목적의 품목이 등재돼 있는 경우 동일 품목군에 대해 동일 상한금액을 책정하고 있으며, 제품의 특장점과 임사효과 등 제품의 가치평가를 통해 동일품목군 최고가의 10~50%를 가산해 최종 상한금액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기등재 제품이 없다면 원가 등을 참조해 상한금액을 산정하며, 만일 기등재 제품이 있다면, 같은 용도라면 같은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치료재료 상한금액 산정기준이 불합리하긴 하다”며 “환율, 원가조사 등에 따라 조정 또는 보완이 이뤄진다고 해도 산정단가가 수입하지 못할 정도로 책정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폴리카테터를 수입·판매하는 한 업체는 이미 시장에서 철수했다. 

수입원가 대비 상한가가 터무니없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미 5년 전 해당 시장에서 철수했다”며 “정부 가격 정책에 맞춰 진행하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 굳이 시장에 남을 이유는 없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다른 외국계 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도 생산 단가가 낮지 않아 제품이 적은 동일가에 묶일 경우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한금액은 산업 발전은 고사하고 명맥 유지를 걱정할 수준으로 내몰고 있디"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고사하면 그 자리는 중국, 동남아 등 저가 제품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한금액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해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 인상에 따른 조정도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상한금액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생각할 때 쉽지 않다는 걸 이해는 한다”며 “정부의 입장도 십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 의료계
비급여 손실 벌충...“상한액 현실화”

의료기기 업계의 이 같은 주장은 어쩌면 오래된 이야기. 그런데 최근에는 의료계에서도 상한금액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상한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납품하는 업체의 상황도 이해가 간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환자에게 보다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상한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치료재료를 구입,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마냥 손해를 볼 수만은 없는 상황. 이에 개원가에는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서울의 한 비뇨기과 원장은 “솔직히 마냥 손해를 볼 수 없지 않느냐. 비급여를 늘리거나 입원료를 더 받는 방법 등으로 손해를 벌충하고 있다”며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원장은 “정부가 치료재료 상한금액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환자는 질이 떨어지는 치료재료로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상황이 만연해질 것”이라며 “더 나아가 개원가에서는 해당 치료 혹은 수술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될 사태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계도 치료재료 상한금액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수입단가 혹은 제조단가 등 원가와 유통마진을 고려해 상한금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현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며 “수입단가 혹은 제조단가 등 원가와 유통마진 등을 고려한 상한금액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인상과 함께 리베이트를 강력히 처벌하는 제도적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덧붙였다. 

정부 “상한금액 조정신청 하면 되는데...”

반면 정부 측은 치료재료 상한금액 조정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원가가 높아 상한금액 대비 손해가 난다면 조정신청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폴리카테터 분야는 상한금액 조정신청이 등재 이후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폴리카테터의 경우 2015년 원가재조사를 진행해 이를 상한금액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상한금액도 당초 4100원에서 원가조사가 이뤄진 이듬해인 2016년 3940원,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3580원, 올해 4월부터는 3500원으로 책정됐다. 

이 관계자는 “원가 재조사 결과를 반영, 상한금액이 조정됐다”며 “조정신청을 한다면 조정신청 사유를 고려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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