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개선 권고...의협 “생업 포기하게 만드는 행위”

 

정부가 성범죄 등 중대한 법 위반 의료인의 징계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의료계가 “의료판 주홍글씨”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9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소비자정책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소비자지향성 평가사업 개선권고 과제로 선정된 6개 과제를 심의, 각 소관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 

6개 과제는 ▲알러지 유발물질 표시의무 방향제·탈취제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 ▲스마트폰 품질보증기간 연장 ▲온라인 회원가입 약관 동의절차 개선 ▲공동주택 입주자 사전방문제도 실효성 강화 ▲렌탈 정수기 계약만료시점 사전통지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등이다. 

이 중 의료계가 문제로 삼은 건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는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고 성범죄 등 중대한 법 위반 사실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보공개를 추진하라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의료인 징계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소비자 피해 예방에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소관부처들은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향후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을 타깃으로 마녀사냥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개인정보가 중요해진 시대에 유독 의료인에만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 박탈되고 정보보호의 권리가 유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상공개와 함께 취업을 제한하는 등 국민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또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를 통해 의료업 수행을 제한하고 있다. 

의협은 “어느 전문가 직역에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정보에 관한 이력을 공개하겠다는 발상은 형평성 위반일 뿐 아니라 환자를 상대해야 할 의료인의 신용을 정부가 직접 깨뜨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환자와의 ‘라뽀’가 핵심인 의료업을 포기하게 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은 타 업종 대비 국민 이용률이 높아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위주로 접근성이 높은데, 무분별한 정보공개로 인해 사회적 추방이라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은 “불필요한 정보공개는 지역 주민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해당 의료인에 대한 기피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징계정보가 공개된 의료인은 제2, 제3의 형벌이 내려지는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행위의 특성상 침습적 방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무조건적인 의료과실로 판단돼 법적 책임을 억울하게 감내하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과실과 관련한 징계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주홍글씨’가 찍힌다면 본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국민의 한 사람인 의료인의 기본권도 적극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의료인의 개인정보와 내밀한 징계정보도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인에게만 이중적 잣대를 적용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차 업싱 공개하려는 개악에 절대 반대한다”며 “국무조정실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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