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전재범 교수 "미국·유럽학회, 환자 세션 따로 있어. 국내 시스템 부족 절감"

▲ 한양의대 전재범 교수(류마티스 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 온 몸의 피부는 물론 폐, 소화기관, 신장, 심장 등 내부 장기까지 딱딱해지고 두꺼워진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전신경화증 치료환자는 지난 2014년 3227명, 2015년 3380명에 이어 2016년에 3700명을 육박하는 등 매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흔하지 않은 질환이기에 오로지 전신경화증만을 위한 치료약은 없다. 개별적인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만 존재한다.

그나마 최근 전신경화증 치료를 위한 여러 노력이 보인다. 지난달 13일 열렸던 유럽 류마티스 학회(EULAR 2018)에서는 새로운 전신경화증 치료제 ‘레나바숨(Lenabasum)'이 소개되기도 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경피증 연구회 회장으로 있는 한양의대 전재범 교수(류마티스 내과)를 만나 전신경화증의 증상, 진단, 예방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전신경화증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신경화증은 굉장히 드문 병이다. 절대적인 환자수가 적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 질환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바로 섬유화증의 대표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섬유화증이란 우리 몸의 피부와 장기가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세포외기질의 주성분인 콜라겐이 많이 늘어나는 게 원인이다.

대개 상처가 나면 이를 메우기 위해 콜라겐을 많이 만든다. 망가진 부분이 고쳐지면 생성을 멈추는 것이 우리 몸의 치료 과정이다. 그러나 전신경화증은 우리 몸에 염증이 생겨도 없어지지 않는다.

경피증은 그러한 생성 및 치료 과정을 멈추지 않은 채 콜라겐이 계속 만들어진다. 따라서 경피증을 endless healing이라고도 부른다.

Q.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경화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레이노현상이다. 혈액순환이 안돼 피부색깔이 하얗고 푸르게, 이어 혈관이 확장되며 붉게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환자의 95%가 이러한 레이노현상을 겪는다.

또한 레이노현상으로 인한 손끝 괴사 및 손가락 절단, 모세혈관 확장증, 역류성 식도염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소화기관이 딱딱해지기에 소화가 잘 안되다 보니 장내 세균이 과증식해 배에 가스가 차기도 한다. 체중이 줄고, 관절염도 생길 수 있다.

폐동맥 관이 좁아지고 경직돼 숨이차는 간질성 폐질환과 폐동맥 고혈압도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혈관이 섬유화 돼 폐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산소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다. 예후가 안 좋은 경우 우심실 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Q. 환자 진단과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

미국(ACR)과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가 2013년도에 만든 새로운 분류기준을 사용한다. 여러 증상과 검사 결과를 합쳐 점수를 매긴 후 9점 이상이면 전신경화증으로 분류한다.

평가항목으로는 피부경화, 손가락 끝 병소, 모세혈관확장증, 폐동맥고혈압 및 간질성 폐질환, 레이노현상, 특이 자가항체 등을 고려한다.

Q.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고 봐야 하나?

여러 증상을 모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가령 레이노현상과 특이 자가항체만 있다면 6점이기에 전신경화증일 가능성은 높지만, 9점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진단을 확정하지는 못한다. 병을 진단함에 있어서 손바닥 뒤집듯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닌, 여러 과정을 겪으며 다양한 스펙트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Q. 질환의 주요 요인과 예방 대책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전신경화증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유전적 요인이 언급되는데 지역, 성별마다 유병률 차이를 보인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때 여성호르몬이 관여한다고 추정된다. 또는 화학약품, 항암제, 오염물질 등 환경적 요인도 언급된다.

가령 미국에서는 특정 증상이 있으면 5년 내 혹은 10년 내 전신경화증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데이터는 있다. 다만 원인이 아직 불분명하기에 명확한 예방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Q. 현재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전신경화증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은 없다. 발생하는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 약은 있다. 피부 증상에  메토트렉세이트(MTX)를 가장 많이 쓴다. 폐에는 싸이톡신과 같은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예후가 안 좋은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폐동맥 고혈압의 경우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치료약이 없었다. 예전에는 예후가 나빠 위암과 생존율이 비슷했다. 이후 2001년부터 새로운 약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신경화증 치료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쓸 수는 없지만 일부 허가초과약제도 나오고 있다. 리툭시맙, 토실리주맙, 마이코페놀레이드(MMF) 등이다.

Q. 전신경화증 환자가 가져야할 자세는?

대개 환자는 처음 병명을 듣고 너무 놀란 반응을 보인다. 물론 분류 기준에 따라 전신경화증으로 진단된 것은 맞더라도 지레 겁낼 필요는 없다.

가령 당뇨에 걸린다고 해서 당장 예후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전신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한·두 달 만에 끝날 병이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1~2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지켜봐야한다.

급한 마음에 우울증이 생기고 가족도 힘들어하는 등 그럴 필요가 없다. 의사가 모르는 비과학적 치료법에 현혹되지 말고, 장기질환이므로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Q. 국내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진료현장에서 절실히 느꼈던 것은 희귀질환이기에 환자를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자를 위한 구체적인 생활 지침도 부족하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환자 관리를 위한 여러 단체가 있다, 의사-환자 단체도 존재한다. 유럽류마티스학회는 환자 세션이 따로 있어 환자도 학회에 등록해서 온다.

그밖에도 외국은 경피증 재단도 있고, 모이는 기금도 많다. 환자 안내 책자도 공공단체에서 많이 만든다.

반면 우리나라는 추진하더라도 개인이 일일이 힘써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전신경화증이 장기 질환이고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도 환자 케어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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