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회 긴급 공청회 개최 ... 설문조사 결과 응급실 근무자 63% 폭행 경험

▲ 11일 대한응급의학회가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긴급 공청회를 개최했다.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론은 끓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은 멀어 보인다. 

11일 백범 김구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대한응급의학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긴급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자리에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처절한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하지만 당장 해법은 찾을 수는 없었다. 

사실 응급실 폭력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해결해야 할 의료계 숙제였다. 그런데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응급의학회 유인술 전 이사장도 같은 얘기를 꺼냈다. 

유 전 이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응급실 폭행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폭행이 발생했을 때 잠깐 이슈가 됐다 다시 사그라지는 일이 반복됐다"며 "홍보도 좋고, 법 제정도 좋지만 지금은 사회적 퍼포먼스가 필요할 때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헬멧을 쓰고 진료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환자도 언론도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홍은석 이사장은 당장 할 수 있는 국민청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홍은석 이사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익산 응급실 사건이 발생한 이후라 지금 여론이 뜨겁지만 곧 사그라질 것이란 것이다. 

따라서 홍 이사장은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 했다. 
 
홍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TF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을 볼 때 국회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 없다. 의원들은 지켜보자, 기다려 달라 등의 얘기를 주로 한다"며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이번 정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국민 청원을 적극 이용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 20만명을 넘겨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토로했다. 

폭력에 노출된 의사들 

당장 응급실 폭력을 해소할 수 있는 뽀족한 방안은 없었지만, 공청회에서 나온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응급의학회가 의사나 간호사 등 응급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1642명이 응답했는데, 63%가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응급의학회가 긴급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급의료인 63%가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고려의대 이형민 교수(고대구로병원)는 "설문조사 결과 현재 근무지 폭행 발생이 월 1회(평균)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폭언은 더 심각하다. 응급의료인 97%가 폭언을 경험했다. 월 1~2회(중간값)였고, 현재 근무지에서 폭언이 발생한 것은 주 3~4회(평균)라고 했다"고 발표했다.

폭력을 일상으로 대해야 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성가롤로병원 응급의학과 김철 센터장은 "환자들이 칼을 신문지에 싸서 진료하는 곳에 올려놓기도 하고, 컴퓨터를 던지기도 하고, 언어적 폭력은 다반사다. '니가 전문의냐, 죽여버린다' 또는 어이~ 가운 입은 놈이라 부르기도 한다"며 "용문신을 보여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불친절하다며 보건소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등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에게 아가씨라고 부르기도 하고, 신체적 접촉 등의 성희롱도 많이 당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간호사들에게 손이 곱다거나, 근육 주사를 맞은 후 옷을 올려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주치자만 폭행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주취자가 주로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 알고 있지만, 마약이나 약물을 먹은 사람이나, 투석 치료자, 조폭, 경찰 등 다양하다고 했다. 

응급실 골칫거리 주취자 그리고 역할 못하는 경찰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여러 문제 중 핵심은 주치자와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주치자는 응급실 폭력의 단골 손님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의료원 표창해 센터장은 "응급실에서 주취자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주취자 천국"이라며 "음주했을 때 감형해주는 것을 없애야 하고, 학회 주도로 주취 관리료를 만들어 이들이 응급실을 이용하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센터장도 주취 감형을 폐지하고, 징벌적 의미에서의 관리료를 주취자에게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처럼'의료진을 존경하지 않으면 당신은 치료받지 못한다' 등으로 주취자에 관한 전면적 의료거부 아니더라도 소극적 페쇄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에서 경찰의 부족한 역할도 비판을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는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경찰이 오히려 의사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여자 인턴이 맞고 있으면, 경찰이 112에 신고하세요라고 하거나, 보안요원이 빰을 맞는 데도 보고만 있다"며 "경찰이 2명으로 증원된 후에는 편의점에 가 있는 등 제대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제대로 근무하는 경찰이 1명 있었는데, 경찰들 사이에서 이지매를 당해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은 주취자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주취자를 병원에 데려다 놓고 가 버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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