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대마 성분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지난달 첫 승인 시민단체 "의료용 대마는 생존 문제"…의학계 "효과 입증됐지만 조심스러운 접근 필요"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자 가슴을 졸이는 건 환자들이다. 환자, 환자가족, 관계자, 지지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는 지난달 열린 '제23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의 강의록에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대한 광고를 실으며 의학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운동본부 대표인 강성석 목사는 "국내에서는 대마보다 수십배 주의를 요하는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이 가능하다"며 "아편 계열은 마약류임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으로 가공한 것은 관리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하지만 유독 의료용 대마에 대해서만 규제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운동본부는 식약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대마 추출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도 수입 목록에 포함될 수 있도록 의견을 보낸 상태다. 식약처는 8월 14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고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11월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강 목사는 "칸나비디올 성분이 뇌전증뿐만 아니라 신경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나, 국내에서는 1970년대 법안이 만들어진 후 의료용 대마 관련 연구 결과들이 법안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면서 "에피디올렉스는 대마 성분의 천연물 의약품이 기존 화학 물질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보다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면서 허가받은 것이다. 의료용 대마는 생존 문제이면서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의학계 "효과 입증됐으나 장기간 안전성 지켜봐야"
의료용 대마 합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에피디올렉스가 난치성 뇌전증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입증됐지만 장기간 예후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연구에서 설사, 식욕감소, 졸림, 구토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된 까닭이다.
이 같은 문제는 다른 항경련제와의 상호작용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안전성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면 1년 이상 예후를 본 후 국내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희의대 신원철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기존 치료만으로 한계가 있다. 에피디올렉스 등의 의료용 대마가 이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됐기에 의학적으로는 이들 치료제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치료제는 이상반응을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아직 대한뇌전증학회는 에피디올렉스 도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용 대마는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으므로 식약처와 일차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마가 마약류로 분류돼 있어 안전성을 입증한 데이터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이를 의약품으로 보기 위해선 약물 오남용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이다. 다만 모르핀, 아편 등의 마약류 의약품이 임상에서 처방되고 있기에, 그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다면 법적인 장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