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취자 폭력에 대해 처벌 의지 약해... 의료계, 반의사불벌죄 폐지 요구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진료하는 의사가 폭행당하는 일은 막을 수 없을 것일까?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 같은 이 사건이 최근 또 발생했다. 최근 익산병원에서 손가락 골절로 응급실을 방문한 A씨가 의사 B씨를 마구잡이로 폭행해 코뼈 골절,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일각에서는 의료인을 폭행하는 환자를 진료 거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헬멧을 쓰고 진료하든가, 테이저건 같은 보호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지어 의협이 휴대용 전기 충격기나 가스총을 공동구매해 지급해야 한다는 격앙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취자에 대한 처벌 의지 약한 경찰 

전문가들은 병동보다 응급실에서 폭행이 많은 이유를 직시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응급실에서는 상태가 심각한 환자부터 진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환자나 보호자 대부분은 이 규칙을 알지 못한다. 의사는 심각하지 않은 환자라 판단하지만, 환자는 자신이 가장 위급한 환자라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환자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자신들이 밀린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폭력이 일어나 가능성이 높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한준 공보이사는 주취자들이 공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은 것에서 이 일이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김 공보이사는 "술 먹고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 공권력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병원에서 경찰이 무섭지 않은데, 의사가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명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응급의학과)도 같은 의견이었다. 
송 회장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환자나 보호자는 접수 순서가 진료 순서라 생각한다. 병원 여러 곳에 응급실의 진료 원칙을 포스터로 게재해놨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주치자들이 진료 원칙을 깨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응급실 출입이 자유로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환자나 보호자, 지인 등이 자유롭게 응급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폭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응급실 폭력이 환자보다는 주로 보호자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다.

폭행한 사람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도 폭행이 반복되는 원인이다. 
송 회장은 "폭행이 발생하면 경찰이 와 폭행한 사람을 일단 경찰서로 데려간다. 이후 폭행한 사람이 의사에게 사과하게 하고, 의사도 어쩔 수 없이 사과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좋은 게 좋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경찰이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가 없는 것이 응급실 폭력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 의지가 없는 것은 병원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지역 사회에 위치한 병원의 이미지 때문에 처벌에 적극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 
경비 인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폭행이 줄지 않는 이유다. 

송 회장은 "병원에 경비 인력이 있지만 사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싸움이 커지면 쌍방폭행으로 처리될 수 있어 의료인이 폭행당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반의사불벌죄 폐지해야"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경찰의 수사 의지 강화가 해결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익산에서의 폭행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의료계가 두 가지 트렉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의료인 폭행자에 대한 강한 처벌을 단기 계획으로 꼽는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현재'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란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반의사불법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윤용선 지인내과원장(전 의원협회장)은 "경찰은 의료기관 내 폭력환자에 대해 의료인과의 즉각적인 격리, 더 이상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신병관리 등의 내부 메뉴얼을 마련하고, 향후 보복폭행 등의 방지를 위한 구속수사 등이 필요하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막으려면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는 경우 처벌을 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제 폐지, 또 특수폭행으로 분류해 가중처벌 법안 마련 등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일 집회를 진행한 의협도 같은 입장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조항이 있지만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경찰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확실한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더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응급실 폭행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의사불벌죄는 응급의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따라서 국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실속 있는 일이란 것이다. 

현재 응급의학회는 이번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의사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 등을 대상으로 응급실 폭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후 응급실 안전 대책을 위한 국회, 법집행기관 등과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응급실 보호자 공간 분리해야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것 등이 단기적 목표라면 응급실의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것은 장기적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응급실의 적절한 인력배치가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기시간 단축 등의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사 인력 확대, 수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공론화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보호자 대기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많은 선진국이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호자 대기 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또 응급실 내 보호자 수도 제한하고 있다. 물론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고려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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