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효과 확실하지만 오리지널 위협력은 미미

퍼스트제네릭 전략이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회사 영업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좌우되지만 의약품 시장에서 선발주자가 누리는 효과는 매우 크다. 처방권을 선점할 경우 큰 폭의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이상 변경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의 경우 오리지널은 물론 퍼스트제네릭 장벽까지 넘어야 한다. 그러나 퍼스트제네릭 또는 염변경 제네릭이 치열한 특허소송을 통해 시장에 먼저 진입하더라도 오리지널을 위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처음은 항상 옳다?…시장 선점효과 '톡톡'
 

360억원대 대형 품목인 고중성 지방혈증 치료제 '오마코(오메가-3)'는 2015년 제네릭 공세에 직면했다. 선봉에 선 제품은 '오마론'과 '뉴마코'로, 이들은 발빠르게 퍼스트제네릭 자리를 꿰찼다. 오마론은 2016년 57억원, 2017년 54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며 선전했다. 오마론보다 두 달 늦었지만 퍼스트 그룹에 속한 ‘한미 오메가’ 역시 2016년 36억원, 2017년 47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며 성장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처방액으로 보면 한미 오메가가 20억원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휴메가’와 ‘티지웰’ 등의 제네릭이 10억원 미만 처방액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식도염 치료제 ‘모노리툼플러스’는 ‘란스톤LFDT’(란스프라졸)의 퍼스트제네릭이다. 특허회피 전략이 성공하면서 지난 2015년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2016년 26억원, 2017년 2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여기에 경쟁자가 없다는 장점은 퍼스트제네릭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엔터카비르)' 제네릭인 ‘바라클’은 오리지널의 물질특허 종료 한 달 전인 2015년 9월 먼저 시장에 나왔다. 바라클은 기대한 성적보다는 저조한 출발을 보였지만, 서서히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출시 첫 달인 9월 원외처방액은 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16년 42억원, 2017년에는 56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올 4월까지 처방액은 19억원이며 부광엔테카비르 9억원, 바라크로스 9억원, 카비어 7억원 등과 10억원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감 치료제 ‘한미플루(오셀타미비르)’는 염변경으로 제네릭보다 1년 빠른 2016년 2월 출시됐다. 한미플루는 출시 첫해 아이큐비아(구 IMS) 기준으로 147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1년이 경과한 작년 8월 수십개에 이르는 제네릭이 쏟아져 나왔다. 1분기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한미플루가 52억원, 유한엔플루 16억원, 코피플루 12억원 등으로, 한미플루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판권 획득에도 오리지널 위협력은 ‘미미’

다만 퍼스트제네릭으로 시장에 먼저 나왔지만 오리지널 제품을 위협할 만한 위력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허가특허연계제도 도입 이후 타사와의 경쟁 없이 9개월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권(우판권)을 획득했음에도 영향이 미미한 것.   

실제 2015년 5월 9일부터 2016년 4월 1일까지 우판권이 주어진 한미약품 항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암로디핀/로사르탄)'은 제네릭들의 우판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품목이다. 아모잘탄 우판권을 얻어 12개사가 제네릭을 출시했지만 이들은 우선판매기간 동안 1억원대 안팎의 원외처방액을 올리며 오리지날을 위협하지 못했다. 

유비스트 기준으로 베실살탄은 이 기간 동안 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맥스잘탄 2억원, 코텐션 1억 8000만원, 동구잘탄 1억4000만원, 코잘탄-엑스 1억 3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모잘탄은 664억원을 기록했다. 올 4월까지 누적 처방액을 살펴봐도 아모잘탄은 214억원, 베실산탄 5억원, 코텐션과 동구잘탄 1억원 등으로 격차가 여전했다. 

우판권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은 허가특허연계제도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식약처의 '2017년도 허가특헌연계제도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소송에서 이겨 제네릭 시판을 앞당기는, 우판권 획득을 통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은 4.6~8.2개월로 나타났다. 9개월보다 짧은 데다 우판권을 받더라도 다수의 기업이 동시에 획득하는 사례가 많아 매출로 이어지는 수치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퍼스트제네릭을 노리는 의약품들이 대기 중이다. 

명인제약이 조현병 치료제 ‘인베가서방정(팔리페리돈)’ 퍼스트제네릭 '필라스펜 서방정'을 지난 1월 출시했고, 유한양행은 PPI계열 항궤양제 ‘덱실란트(덱스란소푸라졸)’ 제네릭 '덱실라졸' 허가를 받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종근당은 안구건조증치료제 ‘디쿠아스에스(디쿠아포솔나트륨)’ 제네릭을, 한미약품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치료제 ‘파제오(올로파타딘염산염)’ 제네릭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퍼스트제네릭이 갖는 선점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제네릭 리그에서는 두각을 보이겠지만 예전처럼 오리지널을 넘어설 만큼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에 큰 매출 변화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며 "개발, 특허, 영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장기적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