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과거 기자가 TV를 보다 참신함에 무릎을 쳤던 광고 카피다. 한동안 이 광고 카피를 잊고 지내다가 요즘 다시 곱씹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내놓는 신약, 혹은 신약 후보물질을 홍보하는 자료를 볼 때면 더 그렇다. 

정부가 제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서자 국내 제약사들도 너도나도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언론에 홍보하기 위한 자료도 배포한다. 

그런데 홍보자료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수없이 한다. 언론에 배포한 자료 그 어디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내용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 약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명확하게 공개되질 않으니 자료를 토대로 써주는 기자도 찝찝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건다. 허가의 근간이 된 임상 3상 결과를 볼 수 있는지, 또는 해외 유수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를 볼 수 있는지 묻는데 꺼림칙한가 보다.

어떤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 몇 명에게 얼만큼의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약물을 투여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가 궁금한데 돌아오는 답이라곤 "아직 출시가 안 돼서…"라거나 "기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또는 후보물질을 홍보하는 방식을 보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단순히 홍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경쟁약물에 비해 어느 부분에서 더 우월한지를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다. 

각 문장마다 달린 각주를 보고 있으면 기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게 만들기도 한다. 또 자료를 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결과를 보내주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임상시험 정보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나섰을까 싶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자는 게 취지지만, 아무래도 부정적인 임상 정보를 고의로 숨기는 ‘깜깜이’ 임상 관행을 개선하고자 했던 게 더 컸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동안 제약업계는 진일보했다. 제약 선진국에 비해 짧은 업력 동안 28개의 신약을 배출했고,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 개발·영업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려 신약 R&D에 온 힘을 쏟는 모습도 희망적이다.

그런데 더 욕심을 부리고 싶다. 제약업계가 입이 마르게 말하는 '근거중심'. 우리도 그 근거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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