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관리위원회 인증받은 의사만 청구 가능' 자격제한 논란
政 "서비스 질 제고 필수" vs 醫 "대표성 의문·규제 선례 우려"

▲ 수면다원검사를 하는 모습(사진 제공: 국제성모병원)

7월 1일을 기해 수면다원검사가 급여로 전환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은 크다. 실시 자격기준이 까다롭게 규정되면서, 실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의사의 범위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정부는 검사 질 제고를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소수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이 불가피해, 되레 환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면다원검사 급여, 정도관리위원회 인증의만 인정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27일 3일간 수면다원검사 급여화에 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7월부터 새 기준의 적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또는 특발성 과다수면증 환자 등에 대해 수면다원검사가 △진단시 1회 △진단 후 양압기 치료를 위한 압력측정과 치료목적의 처치 또는 수술 후 각각 1회 △마지막 검사 6개월 이후에는 환자 상태별로 추가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사례별로 급여 적용된다.

검사비용은 종별로 의원급은 57만 8734원, 상급종합병원은 71만 7643원.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검사비의 20%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의원은 11만 5740원, 상급종합병원은 14만 3520원이 된다.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시설과 자격기준도 구체화됐다.

일단 시설적인 면에서는 수면평가장치(Polysomnograph)·검사 조정실(Control Room)·적외선카메라·검사 중 검사대상자와 검사자가 연락할 수 있는 연락장치·검사대상자에 부착된 센서와 연결되는 신호 전환 장치 등이 설치된 환자별로 독립된 수면검사실과 함께, 검사 중 환자에 대한 기본처치 및 응급상황시 기도삽관, 심폐소생술 등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력적인 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에서 인증한 자격기준을 갖춘 전문의가 시행(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ㆍ판독 포함)한 경우에만 급여청구가 가능하다. 정도관리위원회에서 인증의 자격을 갖춘 의사만이 급여권 내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학회에 핵심권한 위임, 전례없는 조치"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은 자격 인정기준의 공정성.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송병호 회장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수술도 아니고, 검사 영역에서 자격 제한을 위해 정도관리위원회라는 신설 제도를 느닷없이 도입한 것은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라며 그 배경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인증의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취지에도 어긋나며 그 필수성 및 공정성에 큰 의구심이 든다"며 "이 것이 선례가 되어 의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이 새로운 급여제한, 규제방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학회 인증의 자격을 급여인정기준으로 삼은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더욱이 복지부로부터 인증권한을 부여받은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학회와 같은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로부터 대표성을 공익받지 않은, 특정 학회가 정부로부터 사실상 정도관리업무 전반을 위임받은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학회 인증의 자격을 가진 특정 의사들이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된다. 결국 진입장벽만 높아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수면다원검사 급여기준

수면다원검사는 다음의 모든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 요양급여를 인정하며, 모두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급여함.

가. 급여대상
1) 수면무호흡증
아래의 가),나) 또는 가),다)의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가) 주간졸림증(daytime sleepiness)·빈번한 코골이(habitual snoring)·수면무호흡·피로감 (nonrestorative sleep)·수면 중 숨막힘·잦은 뒤척임·수면 중 잦은 각성 등 하나 이상의 증상이 있는 경우
나) 신체검진상 후두기관내 삽관시 어려움의 평가(Modified Mallampatti score) grade 3 이상 또는 Friedman 병기분류에 따른 편도 크기(Tonsil size) grade 2~3 이상주 또는 내시경검사를 이용한 Muller maneuver상 상기도 폐쇄의 소견이 확인될 경우(※ 주: 만13세미만 연령의 경우는 grade 3이상, 만13세이상 연령의 경우는 grade 2이상 적용)
다) 고혈압·심장질환·뇌혈관질환 또는 당뇨 기왕력이 있거나 체질량지수(BMI)가 30 kg/m2이상인 경우
2) 기면증 또는 특발성 과다수면증
   아래의 가),나) 또는 가),다)의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가) 웹워스 졸음증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10 이상
나) 과도한 주간졸림증이 있고, 허탈발작이 동반될 때(narcolepsy with cataplexy )
다) 하루에 7시간 충분히 잠을 자도, 과도한 주간졸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때(narcolepsy without cataplexy or idiopathic hypersomnia)

나. 인정횟수
1) 진단시: 1회 인정
2) 진단 후 양압기 치료를 위해 적정압력을 측정하는 경우와 치료목적의 처치 또는 수술 후: 각각 1회씩 인정
3) 마지막 검사 시행 6개월 이후 환자상태의 급격한 변화로 임상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사례별로 인정함.

다. 검사항목
뇌파(EEG), 안전도(EOG), 근전도-턱(EMG-submental), 심전도(EKG), 호흡기류(Airflow), 호흡노력(Respiratory effort), 산소포화도(SaO2), 체위감시(Body position), 하지근전도(EMG-ant.tibialis)를 모두 포함하여 실시하여야 함

라. 시설기준
수면평가장치(Polysomnograph), 검사 조정실(Control Room), 적외선카메라, 검사중 검사대상자와 검사자가 연락할 수 있는 연락장치, 검사대상자에 부착된 센서와 연결되는 신호 전환 장치 등이 설치된 환자별로 독립된 수면검사실을 갖추고 시행해야 함. 또한, 검사 중 환자에 대한 기본처치 및 응급상황시 기도삽관, 심폐소생술 등이 가능하여야 함

마. 실시 자격기준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에서 인증한 자격기준을 갖춘 전문의가 시행(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ㆍ판독 포함)한 경우에 인정하며,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는 요양기관은 해당 인력의 인증서를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지체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여야 함.

학회 주도 급여기준, 개원가 현실 반영 못해
"특정 병원 쏠림현상 불 보듯...환자 불편 가중"

특히 개원가의 걱정이 크다. 병원계 중심의 정도관리위원회가 정부와 논의를 주도해 나가다보니, 개원가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송 회장은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정도관리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유관 학회 및 의사회와 공문 및 의견 수렴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급여전환되는 것은 Level 1 수준의 수면다원검사로, 고도의 시설을 필요로 한다. 개원가의 경우 그간 이비인후과 의원을 중심으로 수면 무호흡증 검사를 위한 Level 3~4의 수면검사를 주로 진행해왔으나, 이들을 위한 별도의 급여기준은 없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Level 3~4 수준의 검사를 일단 진행한 뒤, 필요한 경우 Level 1 수준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스크리닝 기능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정부와 정도관리위원회 중심으로 급여기준이 논의되다보니 개원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숫자는 40여만명으로 추정되나, 지금도 검사 기관의 숫자가 많지 않아 검사까지의 대기시간이 매우 긴 편"이라며 "이대로라면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이 인증을 받은 특정 의료기관에서 최대 레벨의 검사를 받는 수밖에 없을텐데 이것이 과연 환자의 편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급여화 코 앞에서 부랴부랴...촉박한 일정, 혼란 부추겨  

촉박한 일정도 혼란을 부추겼다.

수면다원검사를 7월부터 급여화한다는 계획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정됐지만, 세부 급여기준이 나온 것은 제도 시행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 25일이다.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감안해 올 4월 1일 이전부터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고 있던 기관에 대해서는 달라진 제도에 맞춰 자격기준을 갖출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준다고 밝히면서, 그 명단을 요구했는데 이 또한 지난 25일에서야 일선 기관들에 공지됐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7월 1일이 시작인데 지난 25일에서야 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급박하게 공문을 보내와서 7월 이전에 의사 리스트를 보내지 않으면 급여청구를 할 수 없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그야말로 졸속 추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검사 질 제고 위한 선택...상황 살펴보겠다"

복지부는 검사 질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며,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해 가면서 제도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수면다원검사는 수련과정에서도 다루지 않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분야"라며 "검사의 정확도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돠관리위원회 인증을 급여 자격기준으로 설정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또 "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민간과 함께 엄격한 정도관리를 해나가가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질 관리 측면에서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급여화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혼란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의료기관들에 리스트 업을 요청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마감 시한 연장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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