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환자 뇌 조직에서 정상인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대거 검출돼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Neuron 6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 조직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6형(HHV-6)과 7형(HHV-7)이 정상인보다 대거 검출됐다. 

이번 결과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임상이 계속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질환 발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싣는다.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은 약 3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스웨덴 연구팀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2배 높이며, 특히 60세 이상 및 여성에서 그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Alzheimers Dement 2015;11(6):587-592).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타우 가설 등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에 대한 여러 주장이 혼재된 가운데, 미국 마운트시나이 이칸의대 Joel Dudley 교수팀은 가설 중 하나인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이번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사망 후 기증된 뇌 조직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정상인의 뇌 조직을 비교했고, 이와 함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622명, 정상인 322명의 뇌 조직이 분석에 포함됐다.

최종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에는 HHV-6와 HHV-7이 정상인보다 2배 더 많이 발견됐다. 

HHV-6와 HHV-7 감염에는 생후 6~24개월 영유아가 주로 취약하며 감염 시 발열과 피부발진 등의 장미진(Roseola)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HHV-6와 HHV-7는 뇌 침투가 가능하며 수십 년 동안 비활동성 상태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HHV-6와 HHV-7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APBB2, APPBP2, BIN1, BACE1, CLU, PICALM, PSEN1 등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특히 이 같은 유전자는 뇌가 두 가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udley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을 뒀으며,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규명했다"면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데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Richard Hodes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보여주진 못했다"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도 감염만이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치매센터 김기웅 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이번 연구만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이 걸린 후 감염에 취약해져 뇌 조직에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것인지 또는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돼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 것인지를 사망자의 뇌 조직만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병 간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선 전향적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예로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정상인을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군과 낮은 군으로 나눠,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군에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은지를 평가해야만 확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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