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박경민 교수 "전극도자절제술과 효과 동등…시술 시간 짧고 재발률 낮아"

▲ 삼성서울병원 박경민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심방세동 환자의 표준치료로 여겨졌던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자리를 넘보는 시술이 등장했다. 삼성서울병원 박경민 교수(순환기내과)팀은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방세동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성공하면서 새로운 심방세동 치료 길을 열었다. 

박 교수는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시술자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시술"이라며 "앞으로 많은 병원이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도입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그를 만나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시행하게 된 배경과 전망을 들었다. 

이상부위만 영하 75℃로 얼려 '한 번에 치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끝이 풍선처럼 돼 있는 가느다란 관을 심장 혈관에 넣어 폐정맥의 이상부위만 영하 75℃로 얼려 한 번에 치료하는 시술이다. 가느다란 카테터 끝에 에너지를 줘 심방세동 유발 부위를 하나씩 태우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방식과 차이가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이상부위를 하나씩 태워야 하기에 의료진의 시술 경험에 따라 시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일부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심방세동 유발 부위를 하나씩 여러 번 태워야 한다. 3차원 영상장비를 도입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고 있을지라도, 의료진마다 시술 시 주는 힘이 다르고 환자의 혈관 상태도 같지 않아 시술 과정에서 심낭압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이상부위만 영하 75℃로 얼려 3분이면 비가역적 손상이 균일하게 나타난다. 한 번에 심방세동 유발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과 동등한 치료 효과 입증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과 동등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총 762명 심방세동 환자를 풍선냉각도자절제술군 또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평균 1.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시술 90일 후 연간 임상적 치료 실패율은 각각 34.6%와 35.9%로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군 대비 비열등했다(P<0.001 for noninferiority). 안전성 평가에서도 두 시술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NEJM 2016;374(23):2235-2245).

이 같은 근거에 더해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시술 시간이 짧고 시술 후 합병증 발생률, 재발률 등이 낮다는 무기를 가져,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심방세동 환자 치료에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마지막에 도입된 것"이라며 "시술자 입장에서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보다 시술에 따른 부담이 적다. 이상부위만 한 번에 얼려 제거하기에 시술 시간이 단축되고 부작용도 적기 때문이다. 몇 번 시술을 해보면 큰 문제 없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서울병원 박경민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와 함께 기존 시술 대신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심방세동 환자도 국내에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나 오래되지 않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다.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대다수가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이기에 실질적으로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많다"며 "최근 열린 대한부정맥학회 학술대회 발표된 풍선냉각도자절제술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 몇 년간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90% 정도가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적응증에 해당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만성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또는 심장 크기가 큰 환자는 풍선냉각도절제술만으로 치료가 어려워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로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하다"며 "폐정맥 외에 다른 부위에 부정맥이 발생한 경우 역시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적용되면 지방병원에서도 시술 도입할 것"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이 국내 임상에 자리 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비용'이다. 현재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도 국내 학회의 노력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풍선냉각도자절제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 중이다. 현재 환자 본인부담률을 논의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11~12월 정도엔 건강보험 적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수도권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지방병원에서도 풍선냉각도자절제술 도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술 시간이 짧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시술을 기다리던 심방세동 환자가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본 병원의 경우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받기 위해선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가 시술을 받고 싶어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시술 시간이 짧기에 많은 환자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심방세동 환자가 수도권 대형 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방병원 중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는 곳이 적어 주로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시술이 진행됐다"면서 "하지만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이 부정맥 전문가가 있는 지방병원에서도 이뤄진다면 많은 심방세동 환자가 각 지역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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