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YRAL HTN-OFF MED·RADIANCE-HTN SOLO 연구로 혈압 조절 효과 입증
신장신경차단술은 이제 가시밭길을 벗어나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특히 두 연구 모두 추적관찰 기간을 짧게 잡아 보다 엄격하게 혈압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술의 유용성에 힘이 실린다.
연세의대 김병극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의료기기 회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 효과가 없는 의료기기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나올 가능성이 크기에, 두 연구는 모두 1차 종료점을 엄격하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항고혈압제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은 비용 대비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교수는 "신장신경차단술의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혈압을 추가로 10mmHg 낮추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장신경차단술로 혈압을 낮추면서 이와 관련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도 감소시키기에, 항고혈압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술의 비용 대비 효과는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럽 가이드라인 'III' 등급 권고…"장기간 추적관찰한 데이터 필요"
다만 시술받은 환자를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가 없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에 9일 발표된 '2018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ESC·ESH)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의 권고등급을 Class III로 제시하면서, 시술이 효과적이라는 일부 유망한 근거가 나왔음에도 아직 이를 권고해야 하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SIMPLICITY 1, 2 연구가 완료된 지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았고,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장기간 혈압 조절 효과 및 이상반응 등을 관찰한 데이터가 없다. 때문에 신장신경차단술을 Class I 또는 IIa 등급으로 권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신장신경차단술 후 장기간 추적관찰할 데이터가 모여야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항고혈압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신장신경차단술은 시행해볼 수 있는 치료옵션이라고 본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신장신경차단술을 저항성 고혈압 외의 환자에게 초기 치료로서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신장신경차단술과 항고혈압제가 차단하는 기전이 달라 항고혈압제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러 계열의 항고혈압제는 각각 한 가지 기전을 조절해 혈압을 낮춘다. 신장신경차단술도 고혈압 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차단하는 것"이라며 "저항성 고혈압은 항고혈압제를 통해 여러 기전을 차단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다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현재로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이다. 시술로 모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00% 조절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