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크립스연구소 스티븐 스테인허블, "환자 행동을 이해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 스티븐 스테인허블이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해 범삼특별강연을 했다. 

세계적 디지털 메디신 학자이면서 심장외과 의사인 스티븐 스테인허블이 의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니라 의사가 하는 일을 보조하는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SRI) 스테인허블 디렉터는 14일 개최된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헬스케어 리이미징'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크립스 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제일 큰 민간 생의학연구소로 기초 생의학연구를 초점으로 과학자, 기술자, 대학원생 등 약 3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의료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방향은 의사의 결정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의사가 필요 없는 인공지능을 통한 진단이 가능한 당뇨병망막증 인공지능을 승인했고, 2주 전에는 팔목 골절을 판독하는 알고리듬 개발도 했다"며 "많은 인공지능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고, 지난해 4가지 솔루션이 인증받고 환자 진단에 이용되고 있다. 의사를 완전히 제외한 솔루션의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솔루션들이 대부분 의사를 보조하는 증강기능 기술이 될 것"이라며 "이 기술들은 의사가 환자를 더 잘 돌보고, 더 많은 시간을 대화와 관리에 쏟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자 행동 연구 더 중요

디지털 기술이 의료 시스템에 영향을 주려면 환자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 스티븐 스테인허블

그는 "현재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의사가 지시했는데 왜 환자가 하지 않을까. 환자가 실천하지 않았으므로 환자 잘못이라고 생각해 왔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의사가 원하는 행동을 환자가 하기 위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오쉬너의 당뇨병 앱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오쉬너는 107개 고혈압 관리 앱을 대상으로 셀프 모니터링 기기를 사용한 고혈압 관리에 대한 효과를 연구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단순한 앱이나 기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연구팀은 환자에게 하루에 혈압을 두 번 측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3분의 2는 귀찮아서 한 번도 혈압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환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앱이나 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이 환자의 행동에 영향을 주려면 전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가 만들어졌을 때 대부분 시설을 이에 맞게 만들었다. 증기기관차의 약점은 엔진에서 멀어질수록 스팀이 힘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800년대 발전기가 등장했음에도 공장을 여전히 증기기관차 시대처럼 만들어 발전기의 이점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기술의 이점을 살리려면 자잘한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제이피 모건, 애플 등 앞선 시험 중  

의료 분야가 머뭇거리는 동안 다른 분야에서 이미 강력한 시험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마존과 버크셔 하스웨이, 제이피 모건, 애플, 월마트 등이 대표적이라고. 

그는 "아마존과 버크셔 하스웨이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 자신들의 직원 120만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다음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애플은 AC Wellness 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사의 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곧 세계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가장 큰 회사인 월마트도 디지털 기술 회사는 아니지만 역시 자사의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거대 회사들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느껴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