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전증학회 '뇌전증 병명 인지에 대한 실태조사' 발표…환자·보호자 인지도는 높아

▲ 대한뇌전증학회는 15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제23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홍승봉)가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질'이라고 불리던 질환명을 '뇌전증(epilepsy)'으로 변경한 지 약 6년이 지났다. 하지만 학회의 노력과 달리 일반인들의 뇌전증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회가 지난해 일반인 357명을 대상으로 '뇌전증 병명 인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뇌전증'이란 병명을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36%였고 어떤 병인지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즉 일반인 5명 중 4명은 여전히 뇌전증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뇌전증이 어떤 병인지 알고 있다고 응답한 20% 중 22%만이 뇌전증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학회는 15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제23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갖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학회는 세계 최초로 'epilepsy' 병명을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간질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각해 대안책으로 2007년 'Epilepsy 개명 프로젝트'를 제안한 후 5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 학회 이상암 사회위원장.

학회 이상암 사회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은 "2012년 질환명을 바꾸면서 사회적 낙인이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를 보고자 지난해 실태조사를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일반인들이 뇌전증을 너무 모르고 있어 (사회적 낙인이 얼마나 해결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결국 학회는 일반인에서 명칭 변경에 따른 파급 효과를 알 수 없어,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2018년 뇌전증 개명 인지도'를 확인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이들에서 뇌전증에 대한 인지도는 일반인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성인 뇌전증 환자 365명 중 뇌전증이 어떤 질환인지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8%였다. 게다가 95.4%는 뇌전증이 간질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성인 뇌전증 환자 가족들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성인 환자 가족 314명 중 75.5%가 뇌전증이 무슨 병인지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95.8%가 간질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소아 뇌전증 환자의 부모 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각각 90.3%와 97.9%로 응답률이 100%에 가까웠다.

아울러 '뇌전증'으로 질환명을 변경한 점에 대해 뇌전증 환자 및 가족의 80% 이상이 '잘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회는 일반인과 뇌전증 환자 및 가족 간 뇌전증 인지도 차이가 나타난 점을 '홍보 부족'으로 꼽았다. 

이 사회위원장은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개명했지만 여전히 일반인에서 뇌전증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이유는 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질환명을 뇌전증으로 개명한 점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뇌전증을 '간질'이라고 홍보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순히 뇌전증을 간질이라고 홍보하면 사회적 낙인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는 뇌전증이라는 병명에 사회적 낙인이 옮겨가는 것"이라며 "질환에 대해 홍보할 경우 뇌전증의 병리기전을 알리면서 개명을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은 10세 이하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20~50대에서도 비율이 높다.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앓을 수 있는 국민적 뇌질환"이라며 "하지만 뇌전증 환자는 치매, 뇌졸중 환자보다 소외받고 있다. 주변에 숨기는 유일한 질환이 뇌전증이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줄이기 위해 언론, 국회, 정부 등 사회 전체적인 노력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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