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서 북한 주민 인식 발표...“자기진단 만연해 약물 오남용 심각”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는 15일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에서 북한 주민의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발표했다.

70년이라는 분단의 기간만큼 의약품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들은 의약품을 재산 가치로 인식하고 있었고, 환자 주관적인 증상에 따라 약물 오남용도 심각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성균관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는 15일 연세암병원에서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 2018 춘계학술대회에서 ‘남북한의 질병관과 질병행태의 차이’를 주제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은 의약품을 재산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약품을 재산가치로 인식, 축장경향이 있었고, 진료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약값을 지불한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라는 전제 하에 진료를 받으면 약을 받고 싶어했고, 비의료인끼리 의약품을 빌리거나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약물 남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주민들은 주관적 증상이 있는 경우 의약품을 복용했고, 그렇지 않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이중 주관적 증상이 있다면 약물을 과하게 복용했고, 약물의 안전성보다는 빠르고 강한 효과를 원했다. 

주사제, 진통제, 안정제, 수면제, 소화제를 선호하는 편이었으며, 이를 남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있었고 안정제 습관성에 대한 위험이 존재했다. 

실제로 김 교수에 따르면 UN기구를 통해 북한에 말라리야 치료제를 지원했는데, 제대로 환자를 진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들이 여름에 발열 증상이 있으면 말라리아 치료제를 복용함으로써 내성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확한 내용과 처방량을 모른 채 중국 약이 유통됐고, 이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고, 이외에 필로폰, 아편 등도 남용할 위험이 높았다. 

김 교수는 이같은 북한주민의 의약품 관련 인식은 고난의 행군 이후 자기진단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며,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거나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 이후 의약품 공급과 병원 인프라가 부족해진 게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증상 위주의 진단을 함으로써 당뇨 등 만성질환과 같은 무증상 질환을 간과하고, 증상과 진단을 혼용함으로써 건강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빈곤국가의 경우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의약품을 가장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의약품을 자기 처방하거나 약국 판매상에게 구입함으로써 오남용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질병이나 만성질환의 경우 자기진단이 더 만연하며, 병원에 대한 지리적, 경제적 접근이 어려우면 더 심한 상황”이라며 “의약품 지원이 늘어난다면 이같은 행태는 줄어들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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