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주 회장 "여성은 세부적 접근 필요…여성 심혈관질환 연구 중요성 알릴 것"

▲ 대한심장학회는 7일 서울 모처에서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을 알리기 위한 '대한심장학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좌부터) 학회 심완주 회장, 학회 최기준 홍보이사.

대한심장학회(회장 심완주)가 여성 심혈관질환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자 성별이 구분된 치료 가이드라인 만들기에 돌입한다.

여성은 전통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일 뿐만 아니라 월경, 임신, 폐경 등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면 남성과 달리 세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성별에 따른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여성 심혈관질환 연구의 중요성을 알릴 방침이다.

학회는 7일 서울 모처에서 '대한심장학회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학회가 여성 심혈관질환 연구에 주력하게 된 것은 올해 초 고려의대 심완주 교수(안암병원 순환기내과)가 제61대 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게 모멘텀이 됐다. 

심 회장은 국내 첫 심장내과 여성 전문의이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한심장학회를 이끌고 있다. 국내 내과계 학회에서 여성 전문의가 회장을 맡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심 회장은 그동안 '대한심장학회 여성심장질환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국내 여성 심혈관질환 데이터 구축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 여성 심혈관질환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자 학회 차원에서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심혈관질환 치료에서 남녀 구분이 없다. 중장기적으로 성별이 구분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국내 심혈관질환 특성에 맞는 가이드라인과 약물 투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여성 심혈관질환 이환율 급증

그렇다면 학회가 여성 심혈관질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심혈관질환 이환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은 여성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10만명 당 여성이 123명으로 남성 110.8명보다 높았다. 특히 폐경을 기준으로 폐경 전에는 여성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남성보다 낮았지만 폐경 후에는 여성에서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남성과 비슷했다. 게다가 80세 이후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성별에 따른 심혈관질환 임상 양상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여성의 심혈관질환 발생 나이는 남성보다 평균 5~10년 늦다. 프래밍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후 협심증 유병률은 남·녀가 비슷했지만 85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앞섰다(J Gend Specif Med 2002;5(2):27-37). 

▲ 여성심장질환연구회 김명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년기 여성에서의 심장질환(심혈관질환에서의 남녀차)'에 대해 설명했다.

학회 여성심장질환연구회 김명아 회장(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은 "여성 심혈관질환 임상 양상은 남성과 상당히 다르다"며 "이는 사회·정신적 요인, 생리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해부학적 구조 요인 등이 남녀 간 달라 심혈관질환 임상 양상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oROSE 연구'로 본 여성 심혈관질환 임상 양상은?

이에 여성심장질환연구회는 여성 심혈관질환 유병 특징을 확인하기 위한 여성흉통등록사업연구 'KoROSE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녀를 포함해 약 2400명이 포함됐으며 현재 남성 환자를 더 모집 중이다.

심혈관질환 임상 양상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진행된 KoROSE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돼 침습적인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나이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59.6세, 여성이 62.8세로 남성 대비 여성에서 3세가량 높았다(P<0.001). 아직 남성 환자를 모집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벌어져 프래밍험 연구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전형적인 양상인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호흡곤란, 소화불량, 전신 위약감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주로 호소했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 중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돼 침습적인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 1695명의 증상을 확인한 결과 심계항진, 어지럼증, 실신, 소화불량 및 두통 등 흉통 이외의 증상을 호소한 이들은 여성이 42.6%로 남성(35.1%)보다 유의미하게 많았다(P=0.0018).

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보다 사회·정신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심혈관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높았다. 

연구에 참여한 163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여성은 우울증 점수가 더 높았고, 우울증 점수는 관상동맥질환뿐만 아니라 QT 연장 소견 및 관상동맥 연축과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김 회장은 "급성 관상동맥질환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예후가 더 좋지 않다는 보고가 많다"면서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폐경'이 심혈관질환 유병률에 영향 줘…"성별에 따른 예방 노력 필요"

특히 학회가 주목하는 부분은 노년기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다. 폐경 이후부터 여성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기에 폐경이 여성의 심혈관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KoROSE 연구에 참여한 전체 환자를 연령에 따라 분석한 결과 65세 미만에서 폐쇄성 관상동맥증후군 유병률은 남성이 57.1%로 여성 38.5%보다 높았다(P<0.001). 그러나 80세 이상에서는 각각 84.6%와 82.9%로 유병률이 비슷했다(P=0.782). 

게다가 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에 따르면, 45~65세 여성에서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0만명 당 4.5명에 불과했으나 65세 이상에서는 10만명 당 166.4명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학회는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이유를 심혈관 보호 효과가 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고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이상지질혈증을 개선시키고 혈관 벽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키며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를 통해 동맥경화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노년기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급증한다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여성 심혈관질환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 구축이 이뤄져야 하며, 남녀 특징에 따른 위험인자 관리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여성 특이적 위험인자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아울러 (임상에서는) 성별에 따른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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