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로 운영하는 병원 증가…현재 규정 없어 수가는 일반병실 수준

▲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의 중간단계인 준중환자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환자실에 있기에는 경한 환자고, 그렇다고 일반병실에 있기에는 집중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일명 '준중환자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준중환자실은 중증환자실, 집중치료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공식적으로 명명된 이름은 없는 상태다. 물론 법적 기준도 없다. 
준중환자실은 현장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나타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병원들이 중환자실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중환자실을 추가로 만들지는 않지만, 그에 준하는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환자를 진료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이미 준중환자실 개념의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내과와 흉부외과 병동에서 준중환자실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수가는 일반병실 수준으로밖에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자·병원·정부 모두에 이득” 

전문가들은 준중환자실이 병원과 환자(보호자),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보호자)는 중환자실에 오래 있는 것이 전혀 이롭지 않고, 중환자실의 높은 비용 또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병원 감염 등의 걱정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측 입장도 다르지 않다. 중환자실 병상은 많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중환자실에 있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정작 중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의료 인력이나 장비 등의 낭비도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할 때 중환자실에 환자가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은 정부에겐 마이너스다.
의료계의 호소에 따라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준중환자실을 순차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세부정책으로 뇌졸중집중치료실과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수가를 책정했다. 

뇌졸중집중치료실 입원료 수준은 상급종합병원이 14만 3600원, 종합병원 12만 2940원이다. 여기에 전담의를 배치하면 1만 9670원이 가산된다.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수가 및 관리료도 신설했다. 수가는 중환자실 7등급 수준에 30% 가산해 산정된다. 인력배치 수준은 중환자실 7등급에 해당한다. 관리료는 초기대응 및 치료방향이 결정되는 최초 6시간 기준으로 구분해 입원료의 간호관리료 수준으로 수가를 산정했다. 

▲ 뇌졸중집중치료실 및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신고현황

지난해 10월 이후 뇌졸중집중치료실과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은 현장에서 안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월 5일 현재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이 설치된 곳은 상급종합병원 15곳, 종합병원은 4곳, 병원 2곳으로 총 21곳이다. 또 뇌졸중집중치료실은 상급종합병원 20곳, 종합병원 15곳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가 예측했던 숫자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 오래전부터 중환자의학회는 준중환자실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발벗고 나선 중환자의학회·병협

준중환자실은 환자, 병원,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필요한 정책임은 확실해 보인다.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곳은 대한중환자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다. 

중환자의학회는 오래전부터 준중환자실 운영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환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중환자가 아닌 사람도 많고 실제 중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중중환자실을 운영해 시설이나 장비, 인력 등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뇌졸중집중치료실과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수가가 논의될 때 준중환자실에 대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의학회 한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의료인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준중환자실이 필요하다"며 "뇌졸중집중치료실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때 준중환자실에 대한 고려도 같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가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심평원은 준중환자실을 운영하면 병원들이 일반병실에 있어도 될 환자를 준중환자실로 옮기면서 의료 사용량을 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 것 같아 진행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병협도 적극적이다. 병협은 "일부 의료기관이 집중관찰실이나 집중치료실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개념의 진료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며 "의학적 필요성, 환자 요구, 불필요한 건강보험재정 지출 등을 고려할 때 제도적으로 육성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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