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랩, 환자 상태에 맞는 메시지 전달하는 챗봇 개발 ... 서울의료원과 아토피 피부염 임상에서 효과 입증

[눈여겨볼 만한하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②젤리랩]

IT기술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헬스케어 관련 앱은 약 16만 5000개로 전체 앱 시장의 9%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분야다. 또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40%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일 정도로 이 분야는 그야말로 핫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맞춤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서부터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단, 앱을 이용한 아토피 관리, 가상현실에서 수술 연습 등 분야도 넓고 다양하다. 이에 본지는 성장 동력으로 일컬어지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눈에 띄는 회사 몇 곳을 선정했다. 

▲ 젤리랩 유나리 대표ⓒ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박씨. 회사 일로 정신없는 오후에 그에게 카톡 메시지가 도착한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보디로션은 바르셨나요?"라며 한껏 웃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이에 박씨가 "아 깜빡했네요"라고 답을 하면, 좌절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이 박씨에게 전달된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 내용이 아니라 환자와 챗봇이 나눈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초반기에 나온 챗봇이 단순한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다면, 최근 등장한 챗봇은 격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은 물론 환자에게 동기부여를 하거나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피부를 위해 좀 더 분발해 주세요"

최근 발전하는 챗봇의 중심에 젤리랩이 있다. 유나리 잴리랩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공부하던 중 챗봇의 가능성을 본 후 학업을 중지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젤리랩의 챗봇은 앱을 따로 다운받지 않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플러스 친구를 하면 된다. 이후 환자가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도 하고,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었는지, 보습제는 발랐는지 등을 체크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가 호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유 대표는 "자주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는 자신의 질병 상태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챗봇이 하는 것"이라며 "환자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할 방법을 챗봇이 수시로 메시지를 주는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젤리랩의 챗봇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에서 효과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젤리랩 챗봇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기존 챗봇과 다른 길을 가고 있어서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들이 친숙한 채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료 데이터를 생성하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또 하루에 두 번 정도 환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응답하는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다. 기존 챗봇이 똑같은 답변을 내놓는 것과 달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질환 추세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보습제를 바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유 대표는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리다. 게다가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연령에 맞게 이모티콘이나 짤방 등을 활용해 챗봇에서 오는 메시지가 재밌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며 "환자가 한 번이라도 더 보습제를 바르게 할 수 있다면 챗봇의 기능은 충분히 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챗봇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의료진에게도 유용한 도구다"라며 "3분 진료로 대변되는 짧은 진료 시간으로 인해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잴리랩은 의사에게 치료 결과와 순응도 등을 대시보드로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상시험으로 효과 입증 .... 대규모 임상 준비 중

그렇다면 환자가 젤리랩과 챗봇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한 유 대표는 답변은 'YES'다. 

유 대표는 "서울의료원 피부과에서 치료받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평균 나이 20대 초반) 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보습제를 바르는 횟수는 증가했고, 스테로이드를 바라는 횟수는 감소했다"며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들은 대인기피증 등으로 힘들어한다. 그런데 챗봇 사용으로 이들의 상태가 좋아졌다. 앞으로 대규모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토피 피부염뿐만 아니라 질병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유 대표가 처음에 챗봇을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한 질병은 우울증이었다. 챗봇 개발도 했지만 우울증은 예민한 질병이고,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 일단 위험도가 낮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선회했다고. 하지만 도전을 멈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진료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을 유 대표도 겪고 있다고 했다. 주치의가 환자의 카톡에 직접 답을 주면 효과가 좋겠지만, 원격의료 금지라는 규제에 걸려 답을 할 수 없다거나, 의료 데이터를 사용하기 어려운 점도 어려운 점이라고. 

당뇨병, 천식, 탈모 등 챗봇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따라서 젤리랩 챗봇의 영역도 아토피 피부염에서 당뇨병, 천식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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