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개별학회 접촉 금지" 협상권 강화-내부 단속 '방점'
"일방적 정책추진" 1차협상 파행 부른 상복부초음파 때와는 달라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사진 오른쪽)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1일 회동을 갖고, 의정협의 재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새로운 의정협의체를 꾸려 지난 25일 첫 회의를 가졌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MRI 급여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금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상복부초음파 급여화를 둘러싼 충돌이 1차 의정협의 파행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갑지 않은 일.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의협의 요구사항이 '개별학회 접촉금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본격적인 의정협상을 앞두고 의협이 대오정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협상력 강화 시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30일 서초동 심평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의-정 신뢰 깨는 MRI 급여화 저지'라는 타이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심평원에서는 뇌 MRI 급여화를 위한 첫 전문가 회의가 준비되어 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뇌 MRI 급여 적용을 앞두고,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의-정은 이미 한차례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의협이 지난 25일 열린 1차 의정협의체 회의에서 해당 전문가회의 개최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격론이 벌어진 것.

당시 의협은 의정협의 재개에 따른 내부정비와 의견수렴 등에 시간이 필요한데다, 의협이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의정협의를 재개키로 했음에도 정부가 개별 학회와의 접촉을 계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의 기자회견은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뇌 MRI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에 관한 사안은 의정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각 학회의 의견을 받아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협상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회의에 앞서 관련 학회에 회의 참석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방 상근부회장은 "각 학회에 의협이 힘을 갖고 의정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개별 학회의 판단은 우리가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참석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는 상복부초음파 급여화 시행에 반발, 의-병-정 실무협의체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의협 비대위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찬성하며 최대한 협조해왔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조율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오는 4월 1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방안을 발표했다"고 협상결렬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복지부는 전문가회의 연기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의정협의 재개 이전에 약속된 일인데다, 정책방향이나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닌 학계를 포함한 의료계 전반의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인만큼 미룰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30일 회의는 그야말로 의료계 전반의 의견을 자유롭게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별도의 회의자료 조차 없다"라며 "뇌 MRI 급여화에 관련해 관련 학회들의 걱정이나 우려들이 존재하는데다, 국민들의 요구도 있는 만큼 회의 자체를 미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갈등이 과거 상복부초음파 급여화 사태처럼 의정협의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다.

방 상근부회장은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다만 절차를 갖춰서, 상호간 신뢰를 가지고 일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겠지만, 이번 일이 의정협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6월 14일 열릴 2차 회의를 차분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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