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현재 활용하는 기준에 따라 FH 진단 결과 달라져"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사장 김효수)가 현재 진행 중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FH) 등록사업'으로 국내 환자에게 최적화된 FH 진단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천명했다. 

임상에서 FH를 진단할 수 있는 여러 기준이 만들어졌으나 기준에 따라 진단 결과가 달라지기에, 등록사업을 통해 국내 환자에게 적합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학회는 26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FH 바로 알고 치료하기'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회는 현재 추진 중인 등록사업의 목적과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제1차 등록사업만으로 국내 현황 파악 어려워…"제2차에 전국적인 참여 필요"

▲ 연세의대 이찬주 교수가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역학, 임상 진단, 국내 규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FH 등록사업은 2009~2014년에 진행된 제1차에 이어 2015년 12월부터 제2차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제1차 등록사업에는 FH 환자 97명이 참여해 5년간 추적관찰이 시행됐다.

당시 참여한 FH 환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인에서 FH 관련 돌연변이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최적 LDL-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225mg/dL,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310mg/dL임을 확인했으며, 이를 FH 유전자 돌연변이의 예측인자로 활용할 수 있음을 규명한 바 있다(Atherosclerosis 2015;243(1):53-58). 

하지만 등록된 환자가 100명에 미치지 못해 이들만으로 국내 FH 현황을 파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예상보다 높으나 진단되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진단기준은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떤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진단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임상에서는 FH 임상 양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imon Broome Criteria △Dutch Lipid Clinic Network Criteria △MEDPED(Make Early Diagnosis to Prevent Early Death) △Japan Atherosclerosis Society Criteria 등의 네 가지 기준을 진단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 기준 LDL-C 수치, 유전자 분석 여부, 가족력 등의 항목에서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상황. 

또 임상진단 기준을 통해 FH 진단을 받더라도 유전자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예로 Simon Broome Criteria에서 확실한(definite) FH 진단을 받았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37%에 불과했다. 확실한 또는 가능성 있는(possible) FH 환자 중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도 36%로 나타났다(Atherosclerosis 2015;243(1):53-58). 

연세의대 이찬주 교수(건강의학과)는 "임상에서 적용하고 있는 FH 진단기준에 따라 FH 유병률이 달라질 수 있다. 인종, 연령, 비만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진단기준을 사용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기존 FH 진단기준으로 환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실정에 맞는 진단기준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기에 이번 FH 등록사업에 전국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 피험자 수 '300명'…"환자 특징 분석해 국내 진단기준 제안할 예정"

▲ 서울의대 강현재 교수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록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학회는 제2차 등록사업에 더 많은 FH 환자를 모집해 환자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유전자 돌연변이를 조사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진단기준을 제안할 계획이다.

목표 피험자 수는 300명으로 올해 2월 9일 기준 108명 환자가 등록됐다. 참여 기관은 올해 3월 기준 25기관이다. 추적관찰은 5년을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등록사업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연구를 확대해 진행할 방침이다.

등록사업에는 Simon Broome Criteria를 기준으로 확실한 또는 가능성 있는 FH 환자가 대상이 된다. 이 중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지만 진단 시 나이가 불분명하거나, 가족의 고콜레스테롤 수치 자료가 없다면 본인의 LDL-C가 190mg/dL 초과 △가족력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본인의 LDL-C가 225mg/dL 초과 △앞선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부모, 형제, 자녀, 조부모, 부모의 형제 등이 등록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등록사업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다. 세계적으로 FH 유병률은 인구 500명 중 1명 정도로 추정될 만큼 FH 유병률이 높지 않아 모집되는 환자 수가 빠르게 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 등록률을 높이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병원의 관심도도 떨어지는 실정. 

서울의대 강현재 교수(순환기내과)는 "연구비 없이 학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자발적인 등록사업인데다 국내 FH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환자 등록이 쉽지 않다. 게다가 환자 수가 적어 의료진의 관심도 유지가 어렵다"며 "때문에 FH 심포지엄 등과 같은 모임으로 등록사업에 대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등록사업을 통해 치료 가이드라인에 진단적 접근법 등을 제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심포지엄에서는 현실적으로 등록사업의 참여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LDL-C 수치만 보면 190mg/dL를 초과한 환자가 많으나 이들의 가족력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LDL-C 190mg/dL 초과'라는 기준은 FH 진단에 비특이적인 기준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만 가지고 환자를 등록하기엔 많은 위험이 따른다"며 "이들의 가족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환자를 등록하고자 한다면 수치가 높고 표현형(phenotype)에서 간접적으로 질환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가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교육이사인 연세의대 이상학 교수(심장내과)는 "등록사업 시 가족력이 불명확한 환자를 모두 제외하면 환자 수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 경우 FH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콜레스테롤 수치 기준을 이용하는 등의 보완책으로 가족력 확인이 어려운 FH 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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