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파이' 예년 수준 또는 그 이하...공급자 "기대가 실망으로"
"가입자, 의사협회 반감에 파이 줄였다"...일각선 의협 책임론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들간 수가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의 간극이 너무 큰 탓인데, 결국 문케어와 맞물려 공론화 된 정부여당의 적정수가 약속과 그에 대한 기대감이 협상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8일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차례로 3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주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협상에 투입할 추가재정, 이른바 '밴딩'을 정한 이후 첫번째 만남이다.

공급자단체들은 공단과의 만남 후 "간극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공단 측이 제시한 수치가, 협회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얘기다.

"재정현황 낙관할 수 없다"...추가재정 예년 수준 또는 그 이하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5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2019년 수가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가입자단체들로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의료 이용량과 정책 변화 등 건보 관련 동향, 건강보험 재정현황 등을 바탕으로 수가인상에 투입할 재정의 규모(밴딩) 등 협상의 큰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이날 재정운영위원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 혹은 그 이하의 수준에서 밴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단 측에서 공급자 측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재정 추가투입을 설득했으나 가입자 측의 저항이 완강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재정소위 한 관계자는 "재정투입 규모 등을 놓고 격론이 있었다"며 "다만 가입자 측의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현황 등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밴딩을 설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수가협상을 통해 투입할 총 파이의 크기가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작년 수가 평균 인상률은 2.28%로, 이를 반영해 추계한 올해 파이는 9300~9500억원 수준, 일부의 전언처럼 밴딩폭이 그보다 작다면 그 이하가 된다.

다만 재정운영위원회는 수가협상 마감일인 31일 다시 소위를 열어, 추가재정 투입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최종 파이 크기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공급자단체 "기대가 실망으로" "간극 너무 크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

다수 공급자단체들은 정부 적정수가 기조와 맞물려 최소 1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을 점쳐왔다. 정부여당이 '적정수가'를 수차례 거론해 온 만큼 적어도 평균 인상률 이상의 재정투입으로 수가 적정화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까닭이다.

정부와 공단이 수가협상을 앞두고 "수가협상과 수가 적정화는 별개"라며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미 높아질데로 높아진 공급자의 기대감을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그러나 막상 차려진 밥상은 도리어 작년보다 못했다는게 다수 공급자들의 전언이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수가협상 직후 브리핑에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위원회에서 건보공단이 받아온 벤드가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인 것 같다"며 "건보공단이 우리에게 작년 수가협상 때보다 더 낮은 수가인상률을 제시했다"고 했다.

약사회와 병협 또한 공단이 제시한 수치와 공급자의 요구치간 간극이 매우 크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부회장은 "상호 수치를 교환했는데 갭이 너무 크다"며 "그간 약국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이의 반영을 요구했으나,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병협 박용주 상근부회장

병협 박용주 상근부회장 또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며 "간극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수가수준이 안되니 비급여가 자꾸 나오는 것이다. 이런 수가라면 비급여가 또 생길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이고 뭐고 수가가 기본적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의협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가입자단체들이 밴딩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배경에, 의협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재정운영소위에서 문재인 케어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반대하는 의협이 집회까지 하는 마당에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며 "의협이 문제라면 그쪽에 페널티를 줘야지 왜 다른 유형에도 페널티를 주느냐"고 항의했다.

건보공단은 30일 의협과 3차 협상을 갖는다. 올해 수가협상 마감시한은 31일 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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