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정철원 교수 "임상 2상 PACE 연구서 장기 효과 입증"

▲ 성균관의대 정철원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국내에서는 매년 400~5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사회 활동이 활발한 30대 이상에서 나타나 '성인형 백혈병'이라고도 부른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장기 생존율이 30~40%에 불과한 '난치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난치병에서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개념의 전환이 이뤄졌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한 환자들도 80~9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임상에서 주로 처방되는 표적 항암제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가 일부 존재한다. 이에 학계에서는 백혈병 완치를 위해 소수 환자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균관의대 정철원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기존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있어,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며 "최근 1, 2세대에 이어 3세대 표적 항암제가 개발됐고 임상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약사들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1, 2세대 표적 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크지 않거나 치료에 실패하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1세대 표적 항암제인 이매티닙을 복용한 환자의 약 10%는 약물 독성 문제로 치료를 중단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세대 표적 항암제인 다사티닙과 닐로티닙이 개발됐다. 이매티닙 치료 후에도 질환 중증도가 높으면 2세대 표적 항암제를 투약한다.

이 같은 표적 항암제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지만, 여기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일부 있다. BCR-ABL의 'T315I'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T315I 돌연변이는 315번 아미노산이 트레오닌(threonine)에서 아이소류신(isoleucine)으로 바뀌면서 1, 2세대 표적 항암제가 작용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자구조를 바꾼 3세대 표적 항암제인 '포나티닙'이 개발됐다.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며, 1, 2세대 표적 항암제로 치료에 실패했거나 이상반응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다. 

- 3세대 표적 항암제인 포나티닙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초기부터 투약할 수 있나?

처음부터 3세대 표적 항암제를 쓰지 않는다.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장기간 생존 데이터가 없으며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1, 2세대 표적 항암제 복용 후 환자가 이상반응을 견디지 못하거나 치료 효과가 좋지 않으면, 돌연변이를 확인해 3세대 표적 항암제를 투약할 수 있다. 중합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로 유전자 배열을 확인해 기존 치료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약제를 변경한다. 

▲ 성균관의대 정철원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국내에서 포나티닙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많지 않다. 2세대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즉 치료 실패율이 낮아 포나티닙은 소수에게 필요한 약이라고 볼 수 있다. 환자 수가 적은 건 국내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포나티닙은 1, 2세대 표적 항암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고 본다. 

- 지난 3월 포나티닙의 임상 2상인 PACE 연구 5년 추적관찰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연구인가?

2세대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포나티닙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다. 만성기 CML(CP-CML) 환자 270명 중 T315I Mutation환자가 64명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많은 환자가 포나티닙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즉 1, 2세대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해 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의미 있는 치료의 진전을 이룬 것이다.

- PACE 연구에서는 포나티닙 45mg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포나티닙 저용량인 15mg도 치료 효과가 있을지를 평가한 데이터가 없어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용량 의존적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재 치료 용량을 낮추기 위한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저용량 포나티닙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자 OPTIC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서는 약물의 반응률과 이상반응에 따라 용량을 줄였을 때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아직 국내 환자에게 어떤 용량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전혀 없기에 현재는 포나티닙 45mg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15mg을 더 많이 쓸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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