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비뇨기과학회 장기간 연구 발표
고위험 암 발생과 달리 사망률은 낮아 전환점 마련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5알파 리덕타아제 억제제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전립선 암 예방약으로서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는 새로운 근거가 나왔다.

피나스테리드의 전립선 암 예방약 가능성은 지난 2003년 7월 PCPT(Prostate Cancer Prevention Trial) 연구가 NEJM에 실리면서 실현 가능한 듯 보였으나 여러가지 해석과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임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N Engl J Med 2003; 349:215-224).

PCPT 연구는 약물과 전립선 암 예방의 연관성을 밝혀낼 목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다. 55세 이상 남성 1만8882명을 무작위로 나눠 하루 한번 피나스테리드 5mg 또는 위약을 평균 7년간 투여하고, 1차 종료점으로 암 발생률을 관찰했다.

참여 기준은 직장수지검사(digital rectal examination)에서 정상이고,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specific antigen, PSA) level)은 3.0ng/㎖ 이하인 남성이 참여했다.

최종 결과 피나스테리드군와 위약군의 전립선 암 발생률은 각각 18.4%와 24.4%로, 결과적으로 치료군에서 암이 24.8% 덜 발생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면 4명 중 1명은 암 진행 억제 및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1차 종료점을 완벽하게 달성하며 암 예방 효과를 입증했지만 하위 분석에서 감지된 고위험 암 발생 신호에 발목을 잡혔다. 전체 전립선 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피나스테리드군에서 고위험도 전립선 암이 유독 많이 발생한 것이다.

암위 위험도를 평가하는 글리슨 점수가 7~10점인 암의 경우 각각 37.0%(280건)와 22.2%(237건)로 차이를 보였다. 확증을 위한 생검에서도 고위험 암 발생률은 각각 47.8%와 25.3%였고, 연구 종료 시점에서 확인한 생검에서도 각각 25.3%와 15.8%로 관찰됐다.

이를 계기로 PCPT 연구는 예방 효과보다 고위험 암 발생 위험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고 연구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반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동시에 연구의 관심이 성기능 등의 부작용으로 몰리면서 약물의 가치도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PCPT 연구에 참여한 다수의 연구자들은 궁극적 치료 목적인 장기간 생존율을 주목했고, 결국 사우스웨스트 암그룹(Southwest Oncology Group)의 지원 아래 피나스테리드 암 예방 가능성을 재입증하는데 성공했다.

▲ 텍사스의대 Ian Thompson 교수

주 연구자인 텍사스의대 Ian Thompson 교수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AUA)서 "PCPT 연구에서 악성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높았지만 최종적으로 사망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PCPT 연구 발표 15년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교수팀은 PCPT 연구에 참여한 1만8000여명의 참가자를 미국 사망기록 색인인 국가 사망 인덱스(National Death Index)에 매칭시켜 사망 유무와 원인을 관찰했다. 추적 관찰 기간은 18.4년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 센터 생물통계학자인 Phyllis Goodman 박사도 참여했다.

그 결과, 피나스테리드군와 위약군의 사망 건 수는 각각 42건과 56건으로 치료군에서 더 낮았다.

Thompson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악성이 많았다면 피나스테리드 치료군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암으로 사망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망률은 더 낮았다"며 "이번 결론을 토대로 고위험군암 증가에 대한 초기 연구는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적인 발견에 미국 비뇨기과학계는 피나스테리드에 강력한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암을 예방하는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발견해 냈다는 반응이다. 조심스럽게 허가변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국내 학계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대한전립선학회 이지열 회장(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은 "PCPT 연구 이후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흥미롭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예측가능했던 내용이다. 피나스테리드를 전립선 암 예방약제로 사용하는 것은 좀 더 많은 근거가 쌓여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제의대 여정균 교수(서울백병원 비뇨기과)는 "(새로운 연구 결과에서) 기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면 관심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종양 진행 등 위험성 문제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허가도 이뤄지지 않아 임상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연구 계기 부작용도 관심

한편 새 연구를 계기로 피나스테리드 부작용도 관심이다. PCPT 연구에 따르면, 사정량 감소를 경험한 비율은 피나스테리드와 위약 각각 60.4%와 47.3%였으며, 발기부전의 경우 67.4%와 61.5% 수준이다. 또한 남성 호르몬 감소 경험률도 각각 65.4와 59.6%였다. 다만 여성형 유방증은 4.5%와 2.8%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피나스테리드는 여러가지 성기능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큰 차이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2일 대한전립선학회는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에서 2018년판 전립선암 가이드라인 심포지엄을 열고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인데 관련된 내용이 언급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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