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생명권 쟁점 부각...위헌 여부 올해 말게 결론

 

지난해 말 낙태죄 폐지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6년여 만에 낙태 행위를 범죄행위로 보는 게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졌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 269조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헌법이 보호하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청구인 측과 태아 생명권을 앞세운 법무부 간의 격론이 벌어졌다. 

자기결정권 VS 태아생명권

이번 공개변론은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 폐지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게 계기가 됐다. 

A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69회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낙태죄가 헌법 위반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모자보건법 허용범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한 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헌재는 2012년 한 차레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따졌지만 임신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하느냐다. 

이에 청구인 측 대리인은 “2012년 합헌 결정 당시 보호권리를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제한했는데, 누락된 임신 여성의 건강기본권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낙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덜 위험한 시기에 숙련된 의료인에 의해 안전한 낙태를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청구인 측은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에 미치지 못해 연간 약 17만 건의 임신중절수술이 행해는 것으로 추정되고, 검찰도 10건 이하로 기소하고 있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대상 조항은 태아 생명을 위한 수단이 아닌 선언으로만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에외적으로 허용하는 우리나라의 법 체계가 특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하고 태아 생명보호는 국가 의무이며, 태아의 생명은 단계적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천명한 점을 그 근거로 삼았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의 구체적 성장 정도는 개별적으로 다를 수 없다”며 “생명의 특징인 연속성을 고려할 때 어느 한 시점을 택해 보호법익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정부도 초미 관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비도덕 진료행위 처벌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인공임신중절술 처벌 수위 상향을 추진하며 낙태 찬반론이 의료계에도 번졌기 때문. 

당시 의료계는 인공임신중절술 허용 범위 등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 체계로 국민 모두가 혼란 속에서 살고 있다”며 “입법 미비로 산부인과 의사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책임을 지우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인공임신중절술의 범위와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의료계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임신 주수별로 위법 적용 여부를 달리하거나, 인공임신중절술 인정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도 8년 만에 낙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8월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낙태 실태를 조사, 10월 조사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낙태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것은 2005년과 2010년 이후 세 번째다. 

한편, 헌재는 공개변론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수렴한 뒤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그 시점은 올해 말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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