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이다루시주맙' 이어 '안덱사네트 알파' 승인
다비가트란·리바록사반·아픽사반 안전장치 확보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듯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투약하는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도 '출혈'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NOAC은 반감기가 짧아 출혈이 있더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자연적으로 멈출 수 있지만, 하루만 중단해도 항응고 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응급상황 및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혈중 NOAC 수치가 높으면 치명적인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계에서는 'NOAC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다비가트란의 항응고 효과를 역전시키는 '이다루시주맙(idarucizumab)'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제10혈액응고인자(Factor Xa) 억제제의 역전제인 '안덱사네트 알파(andexanet alfa)'가 FDA 승인 문턱을 넘어선 것.NOAC 역전제 승인에 따라 NOAC 투약 후 나타날 수 있는 출혈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혈 위험으로 NOAC 처방을 망설이는 의료진들의 우려를 덜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OAC 역전제 승인에 따른 기대와 한계를 조명했다.FDA, 리바록사반·아픽사반 역전제 '안덱사네트 알파' 승인FDA는 제10혈액응고인자(Factor Xa) 억제제인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의 항응고 효과를 역전시키는 안덱사네트 알파를 4일 승인했다. 지난 2016년 FDA가 추가 임상자료를 요청하며 승인이 불발된 후 약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안덱사네트 알파는 Xa 인자에 작용해 제10혈액응고인자 억제제의 항응고 효과를 중화시키며, 제10혈액응고인자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생명이 위독하거나 출혈을 제어할 수 없을 때 투약할 수 있다.이번 승인은 지금까지 리바록사반 또는 아픽사반을 복용한 환자가 출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약물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FDA 허가 관문을 넘는 데에는 ANNEXA 연구가 강력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2015년 발표된 ANNEXA-A 연구에 따르면, 아픽사반 복용군에게 안덱사네트 알파를 정맥으로 주입 후 2~5분 후에 Xa 인자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아픽사반의 항응고 작용이 약 94% 역전됐다.게다가 리바록사반 복용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ANNEXA-R 연구에서도 안덱사네트 알파 투약 시 리바록사반의 항응고 작용이 92% 감소했다(N Engl J Med 2015;373:2413-2424).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ANNEXA-4 연구의 중간 분석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재확인됐다. 3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8)에서 발표된 중간 분석 결과, 안덱사네트 알파 투약 시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의 항응고 역전 효과가 입증된 것.이러한 연구 결과로 FDA 승인이 이뤄지면서, 안덱사네트 알파가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 문턱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초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안덱사네트 알파에 대해 허가 권고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EMA는 안덱사네트 알파 승인을 검토 중으로, 최종 결정은 2019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NOAC 성장세 영향 줄 것…환자 예후 개선 기대"이다루시주맙 단 하나만 존재했던 NOAC 역전제 시장에 안덱사네트 알파가 가세하면서 임상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NOAC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미국 브리검여성병원 Jean Connors 박사는 "임상에서 NOAC의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역전제가 마련되지 않아 NOAC 처방을 주저하는 의료진이 일부 있다"며 "이다루시주맙에 이어 안덱스네트 알파는 출혈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에, 많은 의료진이 심방세동 환자에게 NOAC을 처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NOAC은 반감기가 짧아 출혈이 나타난 후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지혈되지만, 뇌출혈이 발생했거나 빠른 지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항응고 효과를 빠르게 역전시킬 수 있는 약제 개발이 필요했다"며 "이번 FDA 승인으로 NOAC을 복용한 환자 중 출혈로 내원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와 함께 NOAC 역전제가 환자 예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최 교수는 "이다루시주맙에 이어 안덱사네트 알파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응급 상황에서 출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돼 환자 치료 성적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또 출혈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빨리 취해 합병증이 남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에독사반은 아직…"승인 위한 추가 데이터 필요"

다만 NOAC과 NOAC 역전제의 퍼즐이 완전하게 맞춰진 건 아니다.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의 출혈 안전장치는 마련됐지만 '에독사반'의 항응고 효과를 해독할 수 있는 역전제로 승인된 약물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에독사반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과 동일한 계열인 제10혈액응고인자 억제제로, 출혈 발생 시 안덱사네트 알파를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에독사반의 항응고 효과를 어느 정도로 역전시키는지 또는 투약에 따른 위험은 없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 이에 FDA는 에독사반에 대한 안덱사네트 알파의 임상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며 추가 근거를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물음에는 ANNEXA-4 연구가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는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은 물론 에독사반, 에녹사파린을 투약한 환자군이 포함됐다. 결과에 따라 에독사반 복용 후 지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제로서 안덱사네트 알파가 이름을 올릴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최 교수는 "이번 안덱사네트 알파 승인에서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에 대한 데이터만 충분하다고 판단됐다"며 "현재 에독사반 복용군이 포함된 ANNEXA-4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에독사반이 상대적으로 늦게 개발돼 미국에서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많지 않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향후 에독사반 복용군이 늘어나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에독사반 복용군에게도 안덱사네트 알파를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출혈 위험 적다고 판단되면 NOAC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아울러 출혈이 멈춘 후 NOAC 재시작 시기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출혈이 발생한 환자는 출혈에 대한 우려로 NOAC 복용을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치료를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 뇌졸중 발병이 높아지기에, 재출혈 위험을 평가해 NOAC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에 FDA는 안덱사네트 알파에 대한 라벨에 '투약 시 혈전색전증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의학적으로 적절하게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NOAC 역전제 투약 후 지혈됐다면 NOAC을 재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NOAC 재시작 시기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없기에, 전문가들은 출혈이 발생한 부위를 제대로 찾아 지혈하고 재출혈 위험이 적다고 판단되면 가능한 빨리 NOAC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 교수는 "출혈이 난 부위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NOAC 복용을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다. 결국 출혈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혈이 잘 됐다면 최대한 빨리 NOAC 치료를 재시작해야 한다. 실제 지혈 후 NOAC을 복용하지 않아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NOAC 복용에 따른 출혈 위험보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을 의료진이 인지해야 하며 이를 환자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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