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주의대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변실금. 병명조차 생소하다. 대변이 본인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병이라고 한다. 배변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 탓에 변실금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기관도 적극적으로 찾지 못한다고. 이 때문에 외출마저 기피하면서 삶의 질은 더 피폐해진다고 한다.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 아직 표준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도 없다고 한다.

다만 기존 치료법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골반뼈 내 천수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보내 증상을 개선하는 천수신경조절술이 대안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한 의료기기로는 메드트로닉의 '인터스팀'이 대표적이다.

평소 기능장애에 관심이 많았던 아주의대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변실금에 흥미를 갖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없다는 게 연구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질병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이 곧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 변실금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변실금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가장 큰 단서가 된다. 문진 후 항문괄약근 이상, 직장탈출증, 치질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변실금 유발 요인을 검사한다. 

치료는 직장의 감각이 둔해져 변이 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직장 감각을 높이는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하기도 하고, 괄약근 힘이 약하면 외과적 치료를 권한다. 만일 항문의 손상이 적다면 바이오피드백 후 개선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천수신경조절술을 권유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 소화기내과와 대장항문외과의 진료협력시스템이 인상적이다.

내과에서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 이후 차도가 없다면 수술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데서 진료협력시스템이 시작됐다. 즉 기본적인 진료체계를 가져보자는 데서 출발하게 됐다. 

특히 바이오피드백 훈련, 외과적 치료, 천수신경조절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를 단계적으로 권유해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변실금에 대한 소화기내과의 관심이 저조해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드물다. 

- 보존적 치료와 천수신경조절술의 장단점도 알고 싶다.

변실금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악화 요인에 의해 간헐적으로 발병하는 만큼 복합적 요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진단을 한다면 증상이 가벼운 환자의 경우 보존적 치료로 개선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괄약근 힘이 많이 저하된 경우라면 비교적 가벼운 수술법에 속하는 천수신경조절술이 대안이 된다. 괄약근 성형술은 재수술 가능성이 있고, 항문성형술 등은 합병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즉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고 괄약근 손상이 적은 환자에게는 천수신경조절술이 해법이 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 제한된 적응증 때문에 불이익을 본 환자도 있나. 

적응증은 문헌을 근거로 하는 만큼 아직 그런 케이스는 없지만, 현재 천수신경조절술의 보험급여 기준이 보존적 치료를 6개월 이상 진행한 환자 대상이라는 점은 한계다. 보존적 치료를 했지만 호전이 없는 경우 바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6개월을 채워야 하니 보존적 치료를 더 권유하고, 환자는 효과가 없다고 느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험급여기준에서 보존적 치료 기간을 명시하기보다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했음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는 경우'로 개정하는 게 현실에 맞다고 본다. 

- 학회 차원의 추진 사항은 없나. 

변실금은 내과와 외과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에야 천수신경조절술이 등장하면서 관심이 약간 높아졌지만, 질환에 대한 주목도는 여전히 저조해 의료인들조차 현 보험급여기준을 잘 모르고 있다. 

- 의료인들이 변실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변실금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저조했다. 학회에서도 변실금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나 강연은 거의 본 적이 없고, 이 질환을 다룰 수 있는 연자도 없다. 변실금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천수신경조절술이 도입됐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경험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전파가 늦는 점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이는 학문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질환을 의료진들에게 알리고, 치료 방법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한다.

- 더 강조할 말이 있다면. 

변실금은 앞으로 환자가 더 늘어날 질환이다. 고령사회로 인해 출산을 한 중년 여성층에서 변실금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고 남성도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변실금을 겪을 수 있다. 실제 변실금은 2008년 3989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6년 9415명으로 136% 증가하기도 했다.

앞으로 변실금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분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너무 낮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상담할 의사가 없어 스스로 감내하며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지게 될 것이다.  

변실금은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 아니다. 완치는 어려울 수 있지만,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은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고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쯤 알아보면 질환 개선의 기회가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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