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환자 기획조사 절반 공단 주도...의료계 "조사 중립성 훼손"-정 "큰 틀 변화 없을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현지조사 주도권을 부여한, 이른바 '공단-심평원 공동 현지조사 운영'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보험자인 공단이 현지조사를 주도할 경우 조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큰데다, 관련 법령은 물론 정부가 내놓은 현지조사 지침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가짜 입원환자 의심 요양기관'을 올해 상반기 기획현지조사 항목으로 선정하고, 병원급 20곳을 대상으로 실제조사를 벌이고 있다.

눈길을 끈 것은 공단의 주도적인 참여. 통상 기획현지조사는 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심평원을 중심으로 한 조사팀이 현장조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정부가 현지조사 의뢰기관에 현지조사 주도권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각각 공단과 심평원이 병원 10곳의 현지조사를 각 기관 주도 하에 진행하게 된 것이다.

가짜환자 기획조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로, 공단이 의뢰한 병원 10곳에 대해서는 공단 관계자를 현지조사 팀장으로 해, 공단 직원 3명과 심평원 직원 4명 등 총 7명이 '공동조사팀'의 형태로 참여해 현지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험자가 현지조사 주도? 중립성 담보 못해"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험자인 공단이 현지조사를 주도할 경우 조사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을 집행하는 사람이 조사를 주도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이냐"며 "보험자는 재정의 논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보험자 중심의 현지조사가 중립성을 가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의료보험연합회에서 보험자인 공단과 심평원을 별도로 독립시킨 것은, 급여비 적정성 평가 등의 업무를 재정의 논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단 주도 현지조사는 이 같은 사회적 합의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조사 팀장은 심평원' 현지조사 지침도 위배

보험자인 공단에 현지조사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 관련 법령은 물론, 부당한 현지조사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 마련한 현지조사 지침에도 위배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의료 적정성 평가에 관해 위탁받은 업무 등을 모두 심평원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은 보험자의 권한이라며 별도로 현지확인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법적 정당성에 관한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안산 비뇨기과의원 원장 자살사건 등 강압적 현지조사 문제가 불거진 뒤, 복지부가 개정한 '현지조사지침'에서도 현지조사계획의 수립 등의 제반업무는 심평원 전문인력이 지원하며, 현지조사반의 팀장은 심평원이 맡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

실제 개정된 현지조사지침은 조사반 구성에 관한 사항을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가 심평원과 공단으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현지조사반을 구성하되 ▲심평원의 전문인력은 조사계획의 수립, 대상선정, 조사실시, 정산심사 및 처분 등의 제반업무를 ▲공단 전문인력은 급여사후관리(자격·인력확인 등) 등을 위한 현지조사업무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조사반의 편성과 관련해서도 '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심평원 선임자가 팀장으로' 하되, 조사인력은 요양기관의 특성에 따라 적정 편성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심평원의 현지조사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으나, 공단에 현지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며 "특히 양 기관이 각각 현지조사를 나가게 되면, 서로 경쟁적으로 무리한 조사를 벌이게 될 공산이 크며, 이는 곧 의료기관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政 "현지조사 복지부 권한...큰 틀 달라지지 않을 것"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지조사 시스템의 틀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홍정기 보험평가과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각 기관이 초점에 맞춰 대상기관을 선정한 것이기에, 각 기관들이 책임을 지고 먼저 가서 확인을 하라는 의미였다"며 "공단에 (현지조사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간 인력부족 등의 문제로 심평원과 공단이 같이 했던 것이지, 현지조사는 복지부의 권한"이라며 "현지조사 시스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5일 의정협의체 첫 실무회의에서, 공단 현지조사권 부여 논란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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