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세포피부암 1.3배 편평세포 피부암 4배 증가
피국피부과학회지 보고 이후 관심 증가

 

항고혈압 치료에 많이 쓰는 이뇨제가 피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재차 확인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 사우던대학 Pedersen SA 교수팀(오덴스대학병원 신경과)은 히드로클로로치아짓 (hydrochlorothiazide, HCTZ)이 피부암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관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이 연구 결과는 미국피부과학회지 공식저널인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최신호에 실렸으며, 기전과 해법을 찾기 위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J Am Acad Dermatol. 2018 Apr;78(4):673-681)

HCTZ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뇨제 중 하나로 고혈압 치료에 사용된다. 문제는 광민감성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햇볕 노출이 많은 환자가 복용하면 피부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관련 연구가 일부 보고돼 왔고 이를 근거로 국내 전문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edersen SA 교수팀은 HCTZ와 비흑색종 피부암인 기저세포 피부암(BCC)과 편평세포 피부암(SCC) 발생 위험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최근 대규모 관찰 연구를 시행했고, 강력한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 연구를 위해 교수팀은 덴마크 암 등록 코호트를 활용해 2004년부터 2012년 동안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확인한 환자를 분석해 HCTZ 사용과 비사용간의 암발생률을 평가했다. 분석 모집단은 기저세포피부암 7만1500여 건이며, 편평세포피부암은 8629건이었다.

이를 일반 코호트와 비교한 결과, HCTZ 약물과 피부암 발생 간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HCTZ 누적 노출량이 5만mg 이상인 환자군은 비노출군 대비 기저세포 피부암 발생률이 1.29배 증가했다. 또한 편평세포 피부암 발생도 3.9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HCTZ 누적 노출량이 20만mg 이상으로 증가하면 위험도는 두 형태의 피부암이 각각 1.54배와 7.38배로 높져 용량에 비례성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HCTZ에 기인한 피부암 발생률은 기저세포피부암은 0.6%, 편평세포암은 9% 수준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HCTZ를 복용하는 상태에서 강력한 자외선 노출을 하면 암 발생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령 대비 50세 이하 젊은 연령일 수록 암 발생 위험은 높아졌다. 특히 편평세포 피부암 발생이 42배나 높았다(BCC OR 1.91, SCC OR 42.85).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환자의 암발생 위험도도 평가했는데, 이뇨제 이외에 다른 약물에서는 피부암 위험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는 같은 대학 Pottegard, A 교수가 암등록 코호트(2004~2012년)를 통해 HCTZ 복용한 환자에서 구순암이 2.1배 증가했으며, 특히 누적 사용량이 2만5000mg 이상이거나 10만mg 이상인 경우 각각 3.9배와 7.7배까지 증가한다고 발표했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앞서 수행된 연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를 수행한 교수는 Pedersen 교수는 "HCTZ 복용은 피부암 발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해당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피부암 검사를 받아야 하며, 특히 젊은 환자, 위험인자가 높은 환자는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학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의대 이석종 교수(경북대병원 피부과)는 "외국에서 데이터가 계속 나오면서 주목하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다만 한국인은 서양인 대비 피부암 발생률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 어떤 기저질환 환자들이 이뇨제를 복용할 때 피부암이 늘어나는지 관련연구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나온 가운데 연구의 한계점도 있다.

우선 관찰 연구라는 점에서 연관성만 확인됐을 뿐 HCTZ의 사용이 병리학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지는 아직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또 HCTZ의 암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암위험성과 사망률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연관성만 나왔을 뿐 임상에서 적용하려면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 등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의대 이갑석 교수(중앙대병원 피부과)는 "신뢰성 높은 코호트라고 해도 관찰 연구에 불과하며 또한 이런 데이터에서 나온 위험성만으로 고혈압제(이뇨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다행히 현재 국내에서도 유사한 코호트 연구가 진행 중인데 이 결과가 나와봐야 좀 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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