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오랫동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나믿가믿'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현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삼성라이온즈 수장을 맡았던 당시 그의 경기 운영 스타일인 믿음의 야구를 대표하는 단어로,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의 약자다. 

성적이 부진함에도 라이언 가코라는 용병을 꾸준히 기용한 류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아냥인 셈이다. 

AI와 빅데이터가 국내 제약업계의 대세라지만, 이를 신약개발에 이용하면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것들이 국내 기업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볼 때면 딱 '나믿가믿'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생물학적 데이터베이스가 딥러닝 등 AI 기술과 만나면 신약 후보물질 선정부터 임상시험 대상자 선정, 약물 효능 및 임상시험 성공률 예측 등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제약업계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커지면서 서로 간의 접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아직 검증이 덜 된 분야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딜로이트에서 개발한 신약 가치평가 솔루션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일이 있다. 

해당 솔루션은 미국 FDA에 등록된 1만 3000개의 임상시험에 대한 학습을 마쳤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신약개발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 예측을 70% 이상 보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회사 측이 주장하는 70% 이상의 예측률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제3자에게 예측 결과를 검증받은 것도 아니고, 요즘 업계 대세로 떠오른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학습은 전혀 없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AI의 알고리즘 대다수가 영업 비밀인 점, 그리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기 어려운 점을 들어 '불확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빠른 개발 속도, 비용 절감 등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의 장점은 이 같은 '불확실' 때문에 표준적 임상시험 등을 통해 재차 검증하게 됨으로써 상쇄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AI가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세주'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분위기다.

신약개발이란 분야는 빅데이터만 잘 모아서 AI를 학습시킨다고 해서 떡 하니 글로벌 신약이 튀어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또 현재의 신약개발 담당 연구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아직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AI 기술 완성도와 보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약개발을 주도할 것이라는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 

AI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