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학회 “다낭종 없어도 진단 가능” vs 산부인과학회 “환자 90% 관찰, 주요 진단 소견”

▲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 ⓒWikimedia Commons

‘다낭종’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 진단의 필수 조건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내분비학회와 산부인과학회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PCOS는 초음파 검사시 난소에 여러 개의 낭종이 관찰되기도 한다. 즉, ‘다낭종’이다. 하지만 다낭종의 발견이 PCOS 진단의 필수 조건인지 아닌지에 관해 학계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내분비학회와 산부인과학회의 입장 차이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셈이다.

PCOS는 최근 세간의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는 질환이다. 불임과 난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로 시름하는 우리나라 현실상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주로 무월경, 생리불순, 다모증, 여드름, 체중 증가,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내분비학회 “낭종 유무는 진단 필수 조건 아냐”

PCOS 진단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대한내분비학회 국제 춘계학술대회에서 김동선 이사장(한양의대 내분비내과)은 “다낭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난소에 여러 개의 낭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점이 진단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과다현상과 다모증, 여드름, 무월경, 배란장애가 나타날 경우 난소의 낭종이 없더라도 PCOS로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분비학회 김신곤 학술이사(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는 “산부인과에서 진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산부인과 영역을 넘어서는 호르몬 치료와 관련해서는 내분비 내과에서 진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PCOS의 진료과는 주로 산부인과로 돼 있다. 산부인과적인 시야로만 봤던 과거를 벗어나, 이제는 내분비학 측면에서 넓은 시야로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 “다낭종 유무는 주요 진단 소견”

그러나 산부인과학회의 입장은 내분비학회와 다르다. 

김승철 이사장은 난소의 다낭종 유무가 PCOS 진단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내분비학회 측의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이사장은 “초음파상 발견되는 다낭성 난소 모양은 PCOS 환자의 약 90%이상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진단 소견”이라며 “골반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으면 한국인 PCOS 환자의 약 30~40%가 진단에 누락된다”고 말했다.

또한 “PCOS의 진단의 세 가지 요소인 △남성호르몬 과다 △배란장애 △골반초음파상 다낭성난소 모양 중 두 가지에 이상이 있으면 PCOS로 진단할 수 있다”면서 “이중 특히 배란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산부인과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PCOS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증상으로 △여러 호르몬 이상 △배란 장애 △자궁내막암 위험도 증가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하는 당뇨 위험도 증가를 꼽았다.

이어 “이러한 증상의 치료와 관리는 주로 산부인과에서 이루어진다”면서 “산부인과에서는 주기적으로 당뇨검사도 하고 있으며, 다행히 한국인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에서 당뇨병 발생률은 3.5%로  미국 환자(9~14%)보다 유의하게 낮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각 분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PCOS의 핵심 증세는 “남성 호르몬 과다에 의한 배란장애”라며 “진단 및 치료 모두에 산부인과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배란장애 조절, 난임 치료, 자궁내막암 예방 및 치료는 산부인과에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PCOS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산부인과 학회는 PCOS의 중요성을 인지해 향후 학술대회에서도 관련 전문가 모임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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