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계 활용, 아직 초보단계 ... 환자정보보호법 발목 잡혀 제자리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혁신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의료 생태계 구축. 세션의 토픽은 매력적이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9일 열린 바이오 코리아 세션 중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들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의료영상, 의료정보 등에 관한 국내외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환자정보보호법, 오래전부터 논의 ... 풀리지 않는 숙제 

이날 패널들은 의료 생태계의 발전을 막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적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은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데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이 답을 내지 못해 발목이 접혀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 음성 인식, 이미지인식, 자연어 처리 등을 비롯한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 서울아산병원 등 25개 병원과 뷰노 등과 한국형 정밀의료 서비스인 '닥터앤서'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인치원 전략부사장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 부사장은 "병원의 환자 데이터가 병원 밖으로 나와야 활용되는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활용 범위는 어느 선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병원과 정부조차도 모른다"며 "다른 나라보다 더 잘할 수 있지만 법이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라 늦게 갈 수박에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 즉 회색지점이 존재한다. 병원과 정부 등 관련 업계가 손잡고 회색선을 넘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병원,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진지하게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과거와 같은 논의 방식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격의료에 대해 지금까지 토론하고 있지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게 그 예라고. 

김 교수는 "환자정보이용 등은 오랜전부터 논의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대법원 판례 등 구체적 사례가 나와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의사소통방식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다. 따라서 판례 등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당사자들의 말은 더 현실적이었다. 정부가 적법인지, 불법인지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것.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뷰노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등급 인공지능 의료 기기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심사에 오른 '뷰노메드 온에이지'는 엑스레이로 촬영한 손의 뼈 영상을 분석해 의사가 빠르게 환자의 골 연령을 판단하도록 돕는 의료기기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뷰노 이예하 대표는 "3년 정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서비스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맞춰 진행하려고 하면 정부 부처 어떤 곳에서도 답을 주지 못한다"며 "법적 이슈를 푸는 것도 중요한데, 적어도 적법한지에 대한 답은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작은 것이라도 성공사례를 만들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작단계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울산의대 박성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는 영상의학 분야 학술지 '영상의학'에 세계 최초로 환자 상태 판별, 질병 진단, 예후·예측을 보조하는 AI 의료시스템 임상검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의료계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자주 거론되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환자에게 적용될 때 얼마나 안전한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영상진단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루닛의 백승옥 대표는 정부가 이슈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것을 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론이 아니라 사례중심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 등 이해 당사자들과 합의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백 대표는 "모든 것을 정부에 맡기면 보수적인 결론이 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의견과 동시에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바툼업(Bottom up)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인공지능 GBB 한석진 부장도 백 대표의 주장에 동의했다. 작은 성공사례부타 만들어 나가면서 정책적 부분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  

패널로 참석한 스위스 Raniero Pittini 박사는 스위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Pittini 박사는 "의사들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의료기기 등을 처음에는 거부했다. 이에 업무를 도와줄 수 있다는 얘기를 했고 실제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했다"며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줬다. 이 과정을 통해 혁신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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