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 ... "하루빨리 남북보건의료협정 맺어야"

▲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한반도에는 그야말로 봄봄봄이다. 훈풍이 불면서 보건의료에도 통일된 후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2014년부터 통일된 후 보건의료계의 역할과 변화에 대해 고민해온 통일 관련 보건의료 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2014년부터 활발한 토론을 진행해 온 통일보건의료학회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학회의 이사장은 전우택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의학교육학과)가 맡고 있다. "통일을 위해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란 기자의 질문에 전 이사장은 분위기 때문에 착각하지 않아야 하고, 가야 할 방향과 큰 틀의 원칙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데뷔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마치 북한 주민 2500만명을 남한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자국민의 보건의료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과거처럼 우리가 북한의 어떤 지역에 병원을 건설해준다거나 약품을 지원해주는 일은 제한될 것이라 본다. 따라서 지금 당장 북한에 무언가를 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북한도 그런 식으로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대등한 입장에서 개발협력을 시작할 것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우리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  

Q. 큰 틀에서 생각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북한과 남한의 보건의료문제에는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다. 지금 기생충이 심각한지, 결핵이 심각한지를 따질 시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단 큰 틀 안에서 얘기한 후 합리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북한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도 들어봐야 한다. 지금 작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 그렇다면 보건의료에서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게 것인가?

보건의료에서 북한은 그들의 수준과 능력에 맞게 점차 변할 것이고, 그들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 북한은 전 세계 국가와 국제기구, NGO 등과 협력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어떤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결핵치료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글로벌펀드 돈을 갖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북한 전역에 지원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돈을 많이 냈지만 우리 정부가 직접 한 것이 아니다.  

Q. 오랫동안 이 분야에 천착해 온 전문가로서 북한과 우리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어떤 나라와 교류 협력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보건의료 개발협력을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최빈국에서 경제 성장을 이뤘고, 보건의료에서도 최악의 상황에서 좋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북한이 우리의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북한이 우리를 파트너로 삼는 게 좋은 일이란 걸 북한이 알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Q. '한반도 건강공동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시각의 통일은 이제 멀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 대신 남북한의 공동 교류협력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 남한은 휴전선 이남의 보건의료에만 신경 쓰면 됐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한반도 전역의 보건의료를 고민해야 한다. 남한에서 발생한 사스 등이 북한에 넘어갈 확률도 있고, 북한의 질병이 남한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커졌다. 함께 대응해야 한다. 또 남한 사람이 북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그 반대 상황에 대한 치료지원 원칙도 세워야 한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건강공동체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Q. 한반도 건강공동체 시대를 빨리 맞기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은? 

빨리'남북보건의료협정'을 맺어야 한다. 교류가 많아지면 공동으로 대처할 게 많아지는데 현재 남북한 모두 법적 근거가 없다. 
동독과 서독은 1974년도에 보건협정을 맺는다. 이를 통해 감염병이나 약품정보, 유통, 양쪽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 협정이 맺었고, 이것이 통일에 긍정적 이바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도 빨리 남북보건의료협정을 해야 한다. 

또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소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 안에 보건의료협력기구도 만들었으면 한다. 구체적 실무 논의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해서다. 이외에도 남한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보건의료 문제는 보건복지부 혼자 풀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방향과 의지 그리고 여러 정부 부처의 논의와 합의가 절실하다. 복지부가 전문가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정책적 결정을 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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