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정부와 노바티스가 뭔가 특별한(?) 관계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최근 다시 회자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이야기다.

첫 번째 글리벡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행정처분 결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바티스는 지난 수년간 글리벡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법령에 따라 복지부는 글리벡을 급여정지하는 게 마땅했으나 환자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과징금 부과로 대신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다수 시민단체는 정부가 거대 다국적 제약사의 뒤를 봐준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정부가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점이다.

글리벡 제네릭은 현재 13개 제약사에서 32개의 약물이 판매되고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물과의 동등성을 국가가 인정한 복제약이다. 그럼에도 제네릭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오리지널의 우수성을 강조한 것은 특혜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백혈병 환자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도 문제다. 단체는 '제네릭이 마치 환자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글리벡 급여중지에 반대 입장을 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의견이 반영됐다.

합성의약품보다 만들기 어렵다는 국산 생물학적제제가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전세계로 팔리고 있는 사실을 안다면 국산 제네릭이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논란은 글리벡 중단이다. 국내 백혈병 권위자인 가톨릭의대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을 평생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근거를 오래 전에 발표했다. 연구를 보면 글리벡 복용자들의 10명 중 6명은 중단해도 혈액학적 반응, 백혈병 재발 등 큰 문제가 없다.

유사한 연구가 전 세계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환자를 어렵게 모아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만들어낸 의미 있는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지견은 지난 3월 열린 국제혈액학회에서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러한 근거를 보험에 적용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이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면 연간 100~150억원의 약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연구자인 김동욱 교수조차도 "급여를 해달라고 할 때는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막상 근거를 갖고 오면 관심이 없는 이중적인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행위가 특혜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제한적으로 있다면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정직하고, 투명하며,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행동이다. 실수를 눈감아주는 행위는 앞선 노력에서 나온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더는 정직한 제약사가 아니다. 온갖 리베이트를 일삼고, 불법을 저질러온 비도덕적인 회사다. 그 큰 사건을 저질렀지만 흔한 반성과 재발방지 노력도 없다. 그저 복지부의 선처 아래 약만 잘 팔고 있을 뿐이다. 또 그돈을 매년 본사로 송금하기 바쁘다.

복지부는 이런 회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은 입장 반영보다는 오히려 더 엄격한 법의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당장 글리벡으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단 급여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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