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의료법 개정 요구...복지부 "의료행위 특수성 존재" 신중 접근

▲대한변호사협회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권미혁 의원과 공동으로 ‘의사 형사범죄와 면허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강간, 살인, 절도 등 강력형사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형사처벌과 더불어 면허취소 등 강력한 면허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故 신해철 주치의 사건의 파장으로 사실상 제도개선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권미혁 의원과 공동으로 ‘의사 형사범죄와 면허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범죄의사 면허규제 강화 방안을 공론화했다.

발제를 맡은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박호균 위원(변호사, 법률사무소 히포크라)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문직의 경우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 전문직과 관련한 등록이나 자격이 취소되는 형태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의사와 같은 의료인은 그렇지 않다”며 “의료사고로 많은 환자를 사망케하거나 형사범죄를 범해도, 의사 면허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것이 故 신해철 사건 주치의의 경우다. 해당 의사는 의료사고 후 업무상과실치사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법정 구속 전까지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다.

박 변호사는 “의료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형사범죄로 사회적, 도덕적 결함이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해당 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수행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이 같은 상황을 다수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 적극적으로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사유에 추가, 해당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취소가 가능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공감을 표했다.

채근직 변호사는 “변호사의 경우 어떤 범죄로라도 실형을 받으면 형 집행기간에 5년을 더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으면 그 기간의 2년을 더해 결격기간이 적용된다”며 “발제자의 발표대로라면 교도소에 가 있는 동안만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의사에 대해서도 변호사와 동일한 수준의 면허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가의 윤리성은 스스로 인식하는 만큼 높아진다”며 “의사들이 이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니는 의사들의 윤리수준이 그 만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의사라면 우리가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고귀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나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료행위 특수성 존재...방어진료, 특정과 기피현상 등 우려"

복지부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다른 전문직과 다르게 사람의 신체를 직접 다루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면밀히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은 “한번 이뤄진 의료행위는 돌이킬 수 없고, 의사와 환자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만큼 의사에게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는데는 대개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인정할 것”이라며 “의료인 결격사유를 정하는 문제가 공론화의 장으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면허규제가 자칫 소극적 진료나 방어진료, 특정진료과목 기피 현상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오 서기관은 “법 개정시 환자가 원치 않는 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게 하는 공공적 이익이 존재하기는 하나, 침습행위가 직접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사의 전문행위는 다른 전문직의 그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처벌을 우려해 의료인들이 소극적 진료나 방어진료를 할 수도 있다는 걱정.

아울러 대부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전문직종과 다르게 의사의 경우 전문직군 내에서도 위험성이 큰 과목과 적은 과목이라는 변이가 존재하는 만큼, 위험성의 경중이 전문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의료계 패널은 참석치 않았다. 다만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임 회장은 “변호사협회는 회원 자율징계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의협을 그렇지 않다. 의사면허 처분은 전문지식이 없는 복지부 공무원에 의해 자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의사와 변호사 면허규제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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