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2018년도 팩트시트 발표…고령화로 고혈압 규모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 고혈압 환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는 이들은 6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는 25일 국내 고혈압 유병 규모와 치료 현황을 요약한 2018년도 고혈압 팩트시트(fact sheet)를 공개했다. 

팩트시트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유병자 수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으며, 고혈압 진단자 및 치료를 진행 중인 이들도 증가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가 1998~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6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 평균 혈압 및 고혈압 규모의 변화 △고혈압 관리지표의 변화 △고혈압 의료이용 현황 등으로 구성됐다.

평균 혈압은 10년간 큰 변화 없어…고혈압 유병자·치료자 3배가량 늘어

2016년 국내 성인의 평균 혈압은 수축기/이완기혈압 118/77mmHg로 최근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유병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1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02년 300만명에서 2016년에 890만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으며,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도 250만명에서 82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57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1998~2016년 고혈압 유병인구 변화(추정).

고혈압 치료자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2002년 34%에서 20016년 46%로 증가했으며, 당뇨병 또는 고지혈증 치료를 같이 받고 있는 치료자는 25%에서 57%로 더 빠르게 늘었다. 이는 고령이면서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혈압 치료제 처방 패턴을 분석한 결과, 2002년 고혈압 치료자 중 57%가 한 가지 종류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2016년에는 40%로 줄었으며 42%가 두 가지, 18%는 세 가지 이상의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제 종류에는 오랫동안 칼슘채널차단제(CCB)가 가장 널리 사용됐으나, 안지오텐신차단제(ARB) 처방이 빠르게 증가해 2016년에 처음으로 CCB보다 많이 처방됐다. 현재 고혈압 치료제의 다양한 조합 중에서 CCB + ARB 2제 병용요법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지율·치료율·조절률 2007년까지 증가 후 정체돼

고혈압 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관리지표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인지율은 1998년 25%에서 2007년에 65%까지 향상됐고 2016년에도 65%에 머물렀다. 치료율은 1998년 22%에서 2007년에 59%로 높아졌으며 2016년에는 61%였다. 조절률은 1998년 5%에서 2007년 41%, 2016년에는 44%까지 향상됐다.

▲ 1998~2016년 고혈압 관리지표 변화.

전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고혈압 관리 수준이 더 좋았다. 그러나 30대와 40대의 비교적 젊은 고혈압 유병자는 아직까지도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모두 50%를 밑돌아 보다 적극적인 고혈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다. 

고혈압역학연구회장인 김현창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전략만으로는 고혈압 관리 수준을 더 이상 향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자 특성별로 특화된 다양한 맞춤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학계에서는 고혈압 관리 취약계층을 찾고 이런 취약계층에 적합한 중재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고혈압 예방관리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이사장인 조명찬 교수(충북의대 순환기내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에서 전 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요인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고 담배나 비만보다도 기여도가 컸다"며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실제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잘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아 합병증 발생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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