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대상자의 권리·안전 보장
심사과정·정보공개 투명, 사고 시 책임소재 명확해야

▲‘임상시험 대상자의 생명 안전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됐다

현 임상 시험 제도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오르며 그 제도적‧윤리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참여연대, 권미혁‧고영진‧윤소하 의원이 24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주최한 ‘임상시험 대상자의 생명 안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 심사과정의 투명성, 사고 시 책임소재 등 여러 문제점이 다각도로 논의됐다.

정부는 지난 2015년 2020년 임상시험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4.8% 증가했고, 다국적제약사의 임상 3상, 면역항암제 승인은 30%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 이른바 ‘임상시험의 천국’이다. 국가별 임상시험 점유율을 보면 한국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도시 중에서는 서울이 1위로 전 세계서 임상 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로 꼽혔다.

다국적 제약사에게 한국만큼 임상시험하기 좋은 나라는 없다. △정부의 지원 △짧은 진행 기간 △환자모집 수월 △적은 중도 탈락이 그 이유다. 

임상시험 참여자 안전 보장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사무총장

발제를 맡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사무총장은 임상 시험에 윤리적 판단의 중요성과 현재 제도의 한계에 대해서 언급했다.

김 사무총장은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라며 “즉 안전성과 유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약물을 사람에게 시험하겠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인간이 목적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셈”이라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선의가 전제되더라도 이는 옳지 않다. 참여자의 안전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기관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기관위원회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험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다.

김 사무총장은 기관위원회가 연구의 진행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조사‧감독, 해당 기관의 연구자와 종사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 기관위원회 활동의 평가와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총장은 “사전 심의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연구 참여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기관위원회와 임상시험심사위원회가 연구 참여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험자 권리 보장, 심사 투명성 강화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피험자 동의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어려운 설명으로 적혀있다는 것. 이에 대해 피험자가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난치병 환자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일 경우 피험자가 선택의 자발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며 “피험자의 자발적 중단이 보장돼야한다”고 당부했다.

임상시험 심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었다. 기관위원회 및 임상시험 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w Board, IRB)는 임상시험 실시기관장이 위원을 위촉하기 때문에 기관의 이해관계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IRB는 급격한 업무 증가, 자원 부족, 다기관 임상시험, 이해 상충 등으로 법적 책임을 추궁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해결책으로 독일의 윤리위원회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윤리위원회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로 구성되고, 환자, 병원, 직원까지 참여하는 윤리심의회가 구성되는 경우도 많다.

김 팀장은 심사위원회의 독립, 민주적 구성,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복지부, 식약처, 지자체 산하에 피험자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위원회는 실시기관의 내부기관이 아닌 지역별 권역별로 각계 전문가들과 지역대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심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료연대본부 동남권 원자력의학원분회 김재현 분회장

의료연대본부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분회 김재현 분회장은 “지난 2011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수지상 세포 면역치료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7명 중 세 명에게서 폐암이 재발하고, 두 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면서 “식약처는 모르겠다고 했으나, 제 환자는 분명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 환자들은 임상시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며 “환자가 죽고 나서야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암 수술을 하면서 사망 위험 2~3%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한다”면서 “하물며 사망 위험이 무려 10%에 이르는 임상시험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분회장은 △복지부가 임상시험을 중앙 관리 감독할 것 △피험자 보호 및 피해 보상에 대한 지침을 법제화 △IRB를 비롯해 문제 발생 시 독립적 인과성 조사 체계 마련 △모든 임상 시험 기관에 피험자 보호센터 설치 △모든 임상시험 의무 공개 등록 △제3기관의 피험자 면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언했다.

임상 시험 의무 공개 등록 법 개정 중

정부는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은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제도과 이남희 과장은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서 “우리가 임상시험을 산업적 측면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해 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국내 환자에게 치료의 마지막 기회를 보장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피험자에 대한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임상시험을 의무 공개등록 하라는 김 분회장의 제언에 대해서는 “법 개정 중이며 식약처에서 승인한 모든 임상 시험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험자 보호센터에 대해서는 연구대상자프로그램(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 HRPP)을 임상시험 수가 많은 기관을 위주로 최대한 빨리 확충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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