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폭력은 인권과 자유 침해하는 행위폭력"…예방 위한 세 가지 방안 제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젠더 폭력의 심각성을 통감하면서 '미투(Me Too)-위드유(With You)' 운동에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학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젠더 폭력은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해 약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폭력의 한 형태로서 분명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위드유'의 일환으로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적이면서도 꾸준한 교육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대방의 고통에 대한 몰이해와 무공감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회는 "최근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등의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서 이전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규 학교 교과 과정에서도 이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효성 있는 교육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형식적인 교육은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지 몰라도 효과는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직장과 학교 등에서의 실효성 있는 교육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교육 대상은 '젠더를 가리지 않는 전 국민'이 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변화 운동의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젠더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보호 및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피해자임에도 오랜 기간 침묵하고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정서적, 실제적, 법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의 잘못으로 치부하거나 사회적 부적응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라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이에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목격했거나 인지했을 때 은폐를 시도하기보단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하면서 용기 있게 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통합적 원스톱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공공 차원에서 법적, 심리적 문제에 대해 보다 다양한 방식의 보호 및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미투-위드유'의 부작용으로 다른 젠더를 기피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펜스룰'을 내세워 이성간 교류를 차단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단순히 문제에 얽히기 싫다는 측면이 반영된 회피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반작용적인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 젠더의 대립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서로 다가서는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다른 젠더를 가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행위가 허용될지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내가 했던 행동을 내 배우자나 자녀에게 했을 때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안 마련을 통해 학회는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형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학회는 "젠더폭력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암시적, 명시적 폭력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성숙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와 다른 젠더를 존중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소중하게 활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믿는다.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예방과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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