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 3인 AACR 2018 현지 대담 인터뷰...병용연구 확대, 새 바이오마커도 등장

면역항암제 등장 이후 전 세계 암치료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암 기초 연구 메카로 불리는 올해 미국암연구협회(AACR 2018)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면역항암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요법으로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의미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화학항암제 병용, 면역항암제 병용, 면역 환경 개선 치료제 병용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바이오마커의 중요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항암치료의 트랜드를 AACR 2018 기간 중 암정복추진기획단 김흥태 단장(국립암센터 종양내과),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고대안암 종양내과, 정밀의학사업단장), 울산의대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와 나눠봤다. 또한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국산신약에 대한 입장도 들어봤다.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고대안암 종양내과), 울산의대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가 AACR에서 본지와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해 AACR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은 무엇이었나?

김열홍 : 역시 면역항암제와 관련된 연구가 주류를 이뤘다. 나아가 환자를 어떻게 선별할 것인지, 또 내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핫 토픽이었다. 결국은 면역항암 치료도 환자 면역기전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분돼가고 있는 상황이고 또 개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파악을 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병용요법 연구가 시행되는 것이고, 그 연구 횟수가 전 세계적으로 4600개 정도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할 환자가 부족할 정도다.

김흥태 : 면역항암제가 처음 나왔을 때에만 해도 모든 암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 반응률은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요법 면역증강요법 등을 병용치료로 많이 시도하는 것 같고, 그 결과 중 상당수가 이번 AACR에서 발표됐다. 또 바이오마커로서 PD-L1 역할의 한계점도 드러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마커인 TMB(종양 돌연변이 유발)가 제시됐다.

이대호 : 화학항암제의 플래토(정체기)가 20년 걸렸다. 표적치료제는 10년, 면역치료제는 그보다 더 빠른 5년이다. 즉 시장에 나온지 5년만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이것 저것 섞는 병용전략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전략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결국은 더 좋은 바이오마커를 잘 찾아야 하는데 그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민감성 또는 내성 등에 관한 메커니즘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기초가 주류를 이뤘지만 더불어 임상도 대거 발표됐는데 이는 어떤 의미인가?

암정복추진기획단 김흥태 단장(국립암센터)

김흥태 : 본래 AACR은 기초 또는 중개 연구를 주로 다루는 학회다. 하지만 올해에는 주로 실용화에 가까운 연구가 플레너리 세션에서 많이 발표됐다. 특히 Keynote, checkmate 시리즈 등 3상 임상이 발표되면서 임상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베이직 연구가 축소된 것처럼 느껴졌고, 특히 면역치료가 아닌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은 느낌이다.

이대호 : AACR이 3상임상 결과를 자꾸 내는 이유도 면역항암제 개발 이후 변화이다. 이질성 측면에서 면역치료제는 동물에서 적게 나타나는 반면 인체는 매우 높다. 결국 임상을 통해 얻는 정보가 가장 현실적이다보니 기초와 더불어 대규모 임상 연구들이 많아지고, 그런 연구가 AACR에서 발표되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오마커인 TMB(종양 돌연변이 유발)가 제시됐는데 이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김열홍 : 바이오마커로서 TMB는 일단 폐암에서는 의미있게 나왔다. 연구를 종합하면 TMB는 흡연과 관련이 있는 두경부암, 식도암, 방광암, 폐암처럼 돌연변이 버든이 많은 암종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기준(컷오프)이다.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태 : TMB는 아직 표준화가 안돼 있다. AACR에서도 의미는 있다고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비용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들고, 조직 또한 10배나 더 필요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향적 연구로 벨리데이션(검증)된 것이 아니다. 연구용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병용연구가 대거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PD-L1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예상하는가?

김흥태 : 면역항암제가 하나밖에 없을 때는 PD-L1이 중요했지만 다양한 병용전략이 나오고 또 반응률도 올라가면서 확실히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병용전략을 쓰면 기전이 달라지고 이 경우 어떤 바이오마커가 중요해질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암종별로 바이오마커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평가해야 하는 종합적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대호 : 이번에 나온 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면역 미세 환경에 따라 면역치료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또 화학요법 치료에 영향을 받는다. 항암제는 종양세포만 잡는거니까 바이오마커 특성에서 좋을 수 있지만 면역치료제는 종양세포만 잡는게 아니라 전체 면역을 건드리는 것이다. 면역 미세 환경외에도 후생유전학(에피제네틱스)에도 영향이 있다. 결국은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사람 몸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상황이고 그만큼 연구할 게 많다.

-안전성 측면에서 면역항암제 토픽은 무엇인가?

이대호 : 면역항암제의 장기 생존이면에는 치료 초반 예후가 매우 나쁘다는 한계가 있다. 중증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사망 등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말인 즉 면역항암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판타스틱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안전성 연구도 필요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김흥태 : 면역항암제 투여 후 일부 환자에서 슈도 프로그레션(가짜 종양 진행) 및 하이퍼 프로그레션(급성 종양 진행)이 발생한다. 이로 인한 사망 례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잘반응하는 환자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짜 반응 환자가 독성이 나타나는 환자를 구별해야 하는데 아직은 선별하는 기준이 없다. 따라서 환자들 또한 무조건 보험해달라고 요청할게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앞으로 더 많은 면역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연구가 필요하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차원에서 신중함은 필요할 것 같다.

-올해 AACR에서 새로운 면역치료인 마이크로바이옴이 큰 화두였다. 어떤 전략이며 어디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고대안암 종양내과)

김열홍: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총으로 이것이 우리몸의 면역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산균은 그 세균총 중의 하나이다. 현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투여하면 면역항암효과를 증강시키는 것을 확인한 수준이다.

이대호 : 장내 세균총이 어떻게 활성화 돼 있으냐에 따라 면역기전이 달라진다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핵심이다. 메타볼리즘(대사)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세균총을 갖고 있으면 면역항암제 반응을 더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세균총이 적으면 면역항암제를 춰도 반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게 좋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데 있다. 세균총은 100조개다. 어떤 세균을 갖고 있어야 좋은지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야 좋은 것인지, 나쁜세균을 죽이는 방법도 해결해야 한다.

- 면역치료가 나오면서 임상 단계도 변하는 것 같다.

김열홍 : 과거 세포독성 항암제는 용량부터 확인해서 독성과 효과를 순차적으로 확인했지만 면역치료제는 용량 확장 과정은 필요없다. 짧은 기간에 용량을 올리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바로 그 용량으로 정한 후 이후 확장연구를 1상으로 하면 된다. 이 중 또 잘듣는 암종만 뽑아서 데이터를 모아서 그걸로 거의 3상임상으로 만들어 제출해 허가를 받으면 된다. 한마디로 암치료의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 : 면역항암제 개발과 동시에 현재 임상연구는 1상부터 약의 기전을 찾는다. 반응있는 사람 또는 없는 사람 구별은 몰론 약동학과 약력학 정보 파악까지 가능하다. 실제 세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리 찾아가면서 연구하니까 1상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1상이 길어지고 2상이 짧아지는 대신 바로 3상으로 연결된다. 과거처럼 1, 2, 3상의 개념이 없다.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고대안암 종양내과) 암정복추진기획단 김흥태 단장(국립암센터)

- AACR에 앞서 한미약품이 폐암약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임상의로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이대호 : 총평을 내리자면 스마트하게 추진하지 못했고, 또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김흥태 :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본다. 너무 신속심사를 겨냥해 반응률에 집중한 결과 용량을 너무 올린 것이다. 임상의로서 판단할 때 800mg을 쓸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다. 반면 400mg은 오시머티닙과 비교해 반응이 낮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따라서 추가로 유효용량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혔다.

- 유한양행이 새로운 폐암 신약(YH25448)을 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며, 올리타를 통해 배울점은 뭔가?

김열홍 :근본적으로 올무티닙과 YH25448은 독성과 효과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미가 실패한 이유는 장점이 없는데 타임라인을 맞추려다 보니 시판은 됐지만 밀려난 상황을 맞은 것이다. YH25448은 장점이 있는 약이므로 잘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흥태 : 포스터에서도 발표됐지만 YH25448은 올무티닙과 달리 기초자료가 탄탄하다. 비임상 데이터에서도 오시머티닙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임상만 잘되면 오시머티닙 못지 않는 글로벌 약물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한번의 실패가 있어서 그런지 연구자로서 국산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것은 비임상 데이터상 독성이 오시머티닙보다 낮아 향후 좋은 레쇼날레(합리적 근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울산의대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 신약개발 실패가 없으려면 피어리뷰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유한은 피어리뷰 논문도 내고 그랬던 반면 한미는 5년동안 논문 한편 내지 않았다. 분자식도 못봤다.

-올해 주목을 끌었던 것이 대한암학회 주관 K-CRAB(연구자간 교류 네트워크 프로그램)다.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지?

김열홍 : K-CRAB 네트워크는 한국인 또는 재미한국인 과학자를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기 위해 대한암학회가 마련한 행사다. 올해 행사는 2회째로 18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빚냈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한국인 연구자들이 AACR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유럽보다도 연구에 열의가 높고 산업도 크다. 반면 대접은 못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많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도록 학회가 독려할 계획이다.

- 정부와 협력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우리가 배울 점은?

이대호 : 이런 자리에 정부 관계자들이 좀 와 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마커 이슈라든지 동반진단이라든지 다양한 정책 포럼이 많다. 이곳에서는 소위 정부대표자, 의사들, 이해관계자들(기업)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의견과 토론을 나눈다. 이런 열린 세미나에 나눈 내용은 정책을 집행할 때 반영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와서 듣고 이야기 하는 것인 만큼 매우 투명하다. 미국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우리 정부도 참석하면 배울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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