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 기획특집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의료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감능력 갖춰야"...환자안전 개선활동 법적 보호 필요
박선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호] 승인 2018.04.20  06:00: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치의였던 조수진 교수가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풀려났지만 여전히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 상태다.

앞으로 어떤 처벌이 있을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이제는 격앙됐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을 되짚어봐야 하는 시간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사과는 뒷전이었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것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진심이 담긴 사과가 먼저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사건이 발생한 후 이대목동병원과 의료계는 신생아실의 열악한 환경이나 저수가 등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실의 허술한 감염관리 상태나 주사제 나눠쓰기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의료계에 등을 돌렸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중요한 것은 피해를 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며 "유가족과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병원과 의료진의 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초기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사이에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대목동병원의 엉망인 위기관리시스템도 사건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병원은 언제든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위기관리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이대목동병원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그야말로 '낙제점'이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병원 경영진은 유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기자 브리핑을 먼저 준비해 유가족을 분노하게 했다. 게다가 신생아 사망 사건을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나 모양새도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아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안전사건에 대한 의사소통 지침 제정, 의료기관 내부 규정화, 소통 방법에 대한 교육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생아 관련 학회와 의사회들이 보여준 태도도 세련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한신생아의학회나 대한중환자의학회, 지역의사회 등 단체들이 성명서를 쏟아냈다. 각기 다른 학회에서 성명서를 냈지만 의료감염 관련 사건으로 의료진의 구속이나 처벌로 이어지면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론을 더욱 차갑게 만드는 결과만 낳았다. 

환자 발길 '뚝'…이대목동, 결국 임금 삭감

유가족은 의료계에 강한 불신을 표현했고, 국민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의료진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더불어 이대목동병원 환경도 극도로 나빠졌다. 병원 경영진이 사퇴하고 신임 경영진이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급격하게 줄었고, 병원은 임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로 짓고 있는 마곡병원도 위기를 맞게 됐다. 게다가 상급종합병원 심사 탈락도 거의 확실시됐다. 

몇 달 전부터 이대목동병원 임직원들의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은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월급 20%를 삭감하고, 이를 2020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 5%씩 돌려준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달라진 스탠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십 번의 토론회 등이 진행됐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중 관련 학회들이 입장을 조금씩 바꾸면서 답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저수가, 환경을 탓하기보다 아이를 잃은 피해자에게 마음이 담긴 사과의 성명서를 내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신생아학회가 선봉에 섰다. 신생아학회는 "부모님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하고 너무 일찍 떠난 아기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또한 아기를 잃은 부모의 아픈 심정을 어떤 의사들보다 깊이 공감하며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성명서를 냈다. 

더불어 신생아학회는 "우리는 변변한 인큐베이터 하나 없던 시절부터 연약한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신생아 곁을 지켜왔다"며 "그간 거의 선진국과 겨룰 만큼의 치료성적을 이뤘기에 비록 고되지만 큰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재발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의료질향상학회는 함께 공감하기 캠페인 등과 환자안전 사건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사과법(apology law) 조항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 근본원인분석(root cause analysis)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환자안전 개선활동 문서(Patient Safety Work Products)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도 요구했다. 

학회들이 태도에 변화를 보이자 보건복지부도 달라졌다.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실장은 "상반기 의료감염 관련 종합대책 수립 전에 신생아학회와 간담회를 갖고 학회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의료기관정책과를 전담부서로 하고 신생아학회로부터 신생아중환자실 및 세부전문의 인력, 수가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 제도 개선에 반영키로 했다"고 말했다. 
 

  태그 이대목동병원

[관련기사]

박선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