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동경로 따라 감염 지역 확산

해 지날수록 항원대변이 가능성 급증





 H5N1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전세계 사망자 수가 100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인체감염에 있어서는 안전지대라고 자임해 왔던 우리나라도 2003년 말 AI 감염 가금류를 살처분했던 관계자 4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되어 가뜩이나 AI 대유행 가능성을 우려해 온 국민들은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쓰러 내려야 했다. 보건당국은 증상이 발현된 환자는 아닌 만큼 아직도 우리나라가 AI 청정지역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감염사례에 대한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한 조사와 철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인체감염 확인

 대부분 아시아지역에서 희생자를 초래했던 이 고병원성의 바이러스가 최근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 전역으로 세력을 확대, 피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개최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체감염 사례 증가에 따라 항원대변이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2월 20일 현재 H5N1 인체감염 사례는 총 6개국에서 170건으로 이중 92명이 사망했다. 이는 1997년 홍콩에서의 첫 인체감염(18건중 사망 6건)과 2003년 두번째 사례(2건중 사망 1건)가 제외된 것으로, 모두 합산하면 사망자는 공식확인된 수만 99명에 달한다.

공식 보고만 99명

 한편,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 7·8일 중동의 이라크와 아프리카 대륙의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크로아티아(8일)·이탈리아·러시아(11일)·불가리아(12일)·루마니아·그리스(13일)·이란·아제르바이잔(15일)·독일·슬로베니아(16일)·프랑스(17일)·인도(18일)·이집트(19일)·오스트리아·보스니아(20일) 등이 H5N1 바이러스 출현을 공식보고했다고 밝혔다. 철새를 타고 대륙을 건너온 H5N1 바이러스가 지난 2주 동안 아프리카와 유럽 전역으로 삽시간에 퍼진 것이다.
 지난 20일 현재 H5N1 조류감염이 보고된 나라는 3개 대륙 총 33개국. 이제 남은 곳은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대륙 뿐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사했거나 감염위험으로 살처분된 조류의 수만 해도 2억마리. 세계는 벌써부터 이 바이러스에 고열을 앓고 있다.
 지난 세기 3차례의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비하면 100이라는 수치가 아직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H5N1이 인간 사이의 전염능력을 확보했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전력과 최근의 동태를 주의깊게 살펴 본다면 대유행 인플루엔자 창궐의 위험이 팔부능선 쯤에 와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역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탁월한데다 아주 불규칙적인 변이능력이다.
 H5N1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로 지속적인 변이를 거듭해 왔다. 치명적인 병원체로 변신해 온 이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속에 침입하고 상주해 어떤 방법으로든 접촉 횟수와 기간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체내에서 적응력을 키우거나 인간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의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항원대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슈퍼변종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996년 중국 광동성에서 처음 발견 당시 감염여부의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경증의 증상을 야기했던 H5N1 바이러스는 1년 사이 100%에 가까운 치사율의 고병원성으로 변신, 급기야 인간감염을 야기했다. 지난해 4월 중국 칭하이 호수에서 집단폐사한 철새의 H5N1 바이러스를 여타 조류와 쥐에게 투여한 결과, 1997년 보다 치사율이 더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변이의 결과, 생존능력 또한 향상됐다.
 바이러스는 철새의 배설물에서 저온(4℃)일 경우 한달 이상, 고온(37℃)에서도 일주일 가량 생존이 가능해 졌다.
 WHO는 더 치명적이고 오래 살 수 있도록 변신한 이 바이러스들이 특정 철새류에 완전 적응한 후 일정 기간 유전적 안정상태를 유지한 채 겨울철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 H5N1 바이러스들이 칭하이 호수 바이러스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철새들이 여전히 이동경로를 밟고 있음을 고려하면 바이러스의 확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H5N1은 지난 2003년 확산 이래로 3번째 인플루엔자 시즌을 거치며, 200여명에 달하는 인간의 몸을 경험했다. 이는 국제보건기관에 의한 공식통계일 뿐, 확인되지 않은 더 많은 인체가 이 바이러스에게 변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태국 보건부 역학국의 발표에 이어 인간 대 인간 전염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들 또한 늘고 있다. H5N1이 대유행의 팔부능선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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