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국내 부정맥 학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원격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다수 국가에는 이를 접목한 이식형 심장기기(CIED)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발도 붙이지 못하고 있다.

CIED 치료의 핵심은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심장 상태를 확인하면서 그 과정에서 이상징후가 감지되면 의료진과 환자에게 즉각 전달된다. 이를 통해 부정맥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가 가능해 급사를 막을 수 있다. 

이에 미국부정맥학회(HRS)는 CIED 이식 후 기기 및 심질환 관리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외다. 국내 의료계에서 '원격'이라는 단어는 꺼내서는 안 될 말처럼 여겨진다.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한다는 '대면진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진료 반대여론에 밀려 언급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CIED에 적용한 원격 모니터링은 '기기 및 생체신호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관찰한다는 점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단하고 의약품을 처방하는 원격진료와 다르다.

차이가 있음에도 원격 모니터링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과 반대 여론이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원격 모니터링 도입을 강조하는 이들은 급사 위험에 놓인 환자의 생명을 강조한다. 반대편에 선 전문가들은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양 입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격진료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전까지 진행되던 논의는 멈춘 상태다.

세계적으로 원격 모니터링이 급사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물론 다른 나라가 이를 도입했다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왜 우리는 어려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국외 상황을 답습하기보단 국내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원격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이를 적용한 CIED를 국내에 도입했을 때 환자를 24시간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수가, 해킹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기기 도입에 따른 비용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의료체계 붕괴를 이유로 우려하기보단 환자 안전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 방안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CIED 이식 후 원격 모니터링은 환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의료계. 같은 목표를 두고 있다면 관련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논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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