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연합병원 주일남 소화기센터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헬리코박터균의 독성 단백질이 위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 과정이 반복되다 위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균은 위염과 위궤양 등 소화기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제균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증상이 없음에도 제균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항생제 내성과 낮은 복약 순응도 등 치료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신천연합병원 주일남 소화기센터장을 만나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 국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어떤가? 또 감염 원인은?  

1998년에는 감염률이 67%, 2005년 60%, 2011년 54%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흥미롭게도 1년에 1% 정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고, 이 같은 추세라면 지금은 54%보다 더 낮을 것으로 짐작한다. 환자들에게는 대략 국민의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고 설명한다. 

감염률은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다. 2007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0대(16~19세)는 12.5%, 20대는 26% 정도인 반면 3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40대부터 60%가 넘는다. 

헬리코박터균은 입을 통해 감염된다. 분변 대 경구로 감염될 수 있으나 경구 대 경구가 주된 경로로 추정된다. 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의 위역류액이나 구토물이 입으로 들어오면 걸릴 수 있다. 간접적으로는 오염된 음식이나 불결하게 조리된 음식을 통해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생활이나 음주문화도 헬리코박터 감염률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검사방법은 어떻게 되나?

주로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직검사나 급속요소분해효소검사(rapid urease test)를 한다. 내시경을 하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로는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 대변항원검사, 혈청학적 검사 등이 있다. 요소호기검사는 헬리코박터 치료 후에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검사다. 요소호기검사를 할 수 없는 영유아는 대변항원검사가 유용하고, 혈청학적 검사는 과거감염과 현재감염의 구별이 불가능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야기되는 질환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염에 걸린다. 출혈성·비후성·결절성 위염 같은 급성 위염을 비롯해 위축성위염이나 화생성 위염 같은 만성위염도 일으킨다. 위암발생률이 3~6배 증가하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말트림프종(MALT lymphoma),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 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같은 질환도 가져온다.

무증상 환자를 꼭 치료해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의 85~90%는 증상이 없다. 헬리코박터로 인해 위염에 걸려 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위축성이나 화생성 위염 같은 만성위염은 전암병변이라 증상이 없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다. 위암 발생률을 각각 4.9배, 10배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궤양 흉터만 있거나, 일부 말트림프종 환자에서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 제균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와 치료법은? 

치료해야하는 이유는 크게 소화성 궤양 재발방지와 위암 예방이다. 

첫째,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혹은 궤양반흔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 십이지장궤양은 제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발률이 60~100%에 달하는 반면 제균 치료 후에는 5%까지 감소한다. 

둘째는 위암 예방이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균에 감염된 모든 경우에 제균치료함으로써 위암이 예방되는지는 증거가 부족했다. 하지만, 조기위암의 절제술 후 이시성 위암(metachronous gastric cancer)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인정됐다.
그동안에는 환자가 제균치료 시 약값을 전액 부담했지만 올해 1월부터 완전 급여화됐고,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위축성 위염이 있는 경우에도 아직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하기는 하나 급여의 범주 내에서 위암 예방목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말트림프종은 헬리코박터균 치료만으로도 완치에 이를 수 있어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모든 환자를 치료하지는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경우에는 가이드라인과 보험기준에 따라 치료를 시행한다.

제균치료 시 1차 치료로 위산억제제(PPI)와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클라리스로마이신을 처방한다. 3가지 약제로 이뤄져 3제 요법이라 부르고, 아침 저녁으로 1주에서 2주간 복용하는데, 환자 순응도를 고려해 보통 1주간 처방한다. 1차 치료에서 70~80%가 제균에 성공한다. 2차 치료로 다른 항생제를 이용한 4제 요법으로 사용한다. 한 번 치료하면 재감염 확률은 연간 2.9%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항상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치료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약물 부작용이다. 치료제에 들어있는 항생제가 종종 설사를 일으킨다. 그동안 250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은 가장 많은 부작용이 설사로 대략 30%정도에서 발생했다. 빈도가 하루 1~2회, 많아야 3~4회 미만이고 복통 없는 경미한 정도이므로 끝까지 복용하라고 권장하지만  1~2%의 환자에서는 복통을 동반한 하루 10여차례의 심한 설사를 일으키기도 해 이 같은 경우는 약을 끊고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이 외에도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설명이 필요하다. 

항생제 내성문제도 있다. 이 균에 감염되어 있는 국민의 절반가량을 모두 치료한다면, 항생제 내성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1차치료제도 점차 내성이 증가해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제균율이 73%에 그쳤다. 그럼에도 헬리코박터 감염률과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일본은 2013년 2월부터 제균 범위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는 헬리코박터로 인한 모든 위염(출혈성 위염, 비후성 위염, 결절성 위염, 위축성위염과 화생성 위염)에서도 급여혜택을 주고 있다. 항생제 내성증가로 잃는 것 보다 위암 예방으로 인해 얻는 것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헬리코박터 제균 후 위암발생율 감소에 대한 여러 전향적인 연구가 발표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보험 기준도 점차 제균치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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