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시민단체·환자단체 등 여론 차가워...전쟁 중에도 물밑 협상 필요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의협이 투쟁하더라도 대화의 통로는 열어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의협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 27일 집단휴진, 이틀 뒤인 29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예정한 바 있다.

그런데 여론이 싸늘하다. 

대한민국 어느 곳 하나 의협의 주장에 힘을 싣는 곳이 없다. 사실 의협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톨이였다. 저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과도한 삭감, 일방적 정책 추진 등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의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냉담하고, 의사들 얘기가 옳다고 거드는 직역이 거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의협이 왕따 신세가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의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그동안 의협이 사회의 불의나 건강 문제에 대해 국민들 편에 서서 발언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런 활동을 해 온 인의협 같은 단체를 오히려 적대시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의협은 국민이 처해 있는 현실 따위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 오직 수가 얘기만 한다"며 "메르스가 심각할 때도 의협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뭘 했는지 알 수 없고, 고 백남기 농민이 병사로 진단서를 받을 때도 의협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의협은 국민의 삶 속에 들어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국민과 멀어지는 사이 높은 의사 임금, 저수가 투쟁, 의약품 리베이트로 등으로 의사 이미지는 멀어졌고, 동시에 나쁜 이미지만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투쟁 최대집 신임회장 ... 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권력을 최대집 신임 회장이 쥐게 됐다. 

새로운 권력은 투쟁적이었다. 당선 직후부터 강경 노선을 선언하며,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반대 등 문 케어 반대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런데 또 여론이 따라주지 않는다. 최 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힘을 가지려면 여론이 받쳐줘야 하는데, 현재 일부 의협을 회원을 빼고는 차갑다 못해 비판적이다. 

게다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서 의협 때리기를 하고 있다. 환자단체를 시작으로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 정부 여당 등이 의협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의협을 가장 강하게 질타하는 곳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올해 4월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상복부 초음파검사 건강보험 급여 고시는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것이지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협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문케어 공약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주장과 더불어 "의협은 국민을 위해, 환자를 위해 라는 수식어를 더는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을 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체로 날카로운 잣대를 적용했던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의협을 비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국민에게 묻습니다. 문재인 케어가 과연 싸구려 케어인가요"라는 성명서를 내고 의협 주장을 지적했다.

건세는 문케어가 저질 의료를 강요하거나 보장성을 제한하는 제도라는 의협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고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며 국민이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는 당부도 했다.

건세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의협의 주장은 전문가적 판단과 양심에 근간을 둔 호소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수익창출을 위해 비급여영역을 뺏기지 않기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의협을 대상으로 낸 성명서치고는 매우 공격적이고 직설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대한한의사협회까지 가세했다.

한의협은 "국민을 볼모로 한 인질극을 중단하라"며"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의협의 행태를 모든 보건의료인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의계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와 김정은, 핵 거론하며 싸우면서도 물밑으론 소통    

현재 의협 패싱, 의협 왕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의-병-정 실무협의체에서 논의됐던 문건 초안이 공개되면서 의협은 더욱 코너에 몰렸다.

정부가 의협 비대위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해 준 상황에서 의협의 투쟁 모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최 신임 회장이 의협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투쟁을 하더라도 대화의 통로를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핵 전쟁을 거론하며 싸울 때도 실무진은 물밑 작업을 했는데, 의협과 정부가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한 환자단체 대표는 "의협이 문케어에 불만이 있거나,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반대집회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너무 당연한 권리"라며 "문제는 오직 투쟁만 얘기하고, 대안이나 소통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다.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들 주장이 모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삭감을 위한 삭감이나 국가 재정 지원 없이 문재인 케어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병협이 정부와 계속 협상을 하겠다고 하고,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만일 대화를 하지 않고 계속 투쟁만 고집하면 조기 퇴진하거나 강경노선으로 가다 엎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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