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정맥학회, CHA2DS2-VASc 점수에 따른 항응고요법·저용량 NOAC 등 강조

비-비타민 K 경구용 항응고제(NOAC), 와파린 등의 항응고요법을 받는 국내 심방세동 환자는 '25%'. 심방세동 환자 4명 중 3명이 받지 않고 있는 항응고요법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대한부정맥학회(회장 김영훈)가 팔을 걷어 부쳤다. 

그 첫 시작으로 학회는 그동안 발표된 국내·외 연구 결과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2018 대한부정맥학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지침'을 1일 대한내과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진료지침에서는 와파린, NOAC 등의 항응고요법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크게 △CHA2DS2-VASc 점수에 따른 항응고요법 △NOAC 치료전략 등에 변화를 줬다. 

이번 지침은 외국 가이드라인이 아닌, 국내 실정에 맞는 지침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대학병원을 포함한 개원가, 준종합병원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CHA2DS2-VASc 위험인자 '하나'라도 있다면 항응고요법 시작

CHA2DS2-VASc 점수에 따른 항응고요법 치료전략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달리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논란이 있으며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그동안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도록 CHA2DS2-VAS 점수에 따른 항응고요법을 명시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CHA2DS2-VAS 점수의 위험인자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개개인의 특성 및 환자 선호도 등을 종합해 항응고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한 게 주요 골자다.

CHA2DS2-VASc 점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울혈성 심부전(1점) △고혈압(1점) △75세 이상(2점) △당뇨병(1점) △뇌졸중·일과성허혈발작(2점) △혈관질환(1점) △65~74세(1점) △여성(1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즉 여성에게 1점을 부여하고 있기에, 국내 임상에서는 남성 1점 또는 여성 2점 이상이면 항응고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세부적인 진료지침을 살펴보면, 2점 이상인 모든 남성 또는 3점 이상인 모든 여성 심방세동 환자에게 뇌경색 예방을 위해 경구 항응고제 치료를 권장했다(모두 Class I, Level of Evidence B). 이어 1점인 남성 또는 2점인 여성 심방세동 환자는 개개인의 특성 및 환자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모두 IIa, B).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과 비교하면 국내 진료지침은 유럽과 궤를 같이한다.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은 CHA2DS2-VASc 점수가 남성 2점 또는 여성 3점 이상이면 항응고요법을 우선 권고한다. 이어 점수가 남성 1점, 여성 2점인 경우 환자 특징 및 선호도를 감안 후 항응고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Eur Heart J 2016;37(38):2893-2962).

반면 2014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부정맥학회(AHA·ACC·HRS) 가이드라인은 CHA2DS2-VASc 점수가 2점 이상이라면 항응고요법을 권고하면서, 1점일 경우 환자에 따라 항응고제요법을 하지 않거나 아스피린 또는 항응고요법 등 모든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Circulation 2014;130(23):2071-2104).

1점인 남성, 2점인 여성 등의 중등도 위험군에서 적절한 항응고요법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 환자군 중 많은 이들이 항응고요법으로 임상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됐다는 게 진료지침 위원회의 전언이다.

다만 NOAC 보험급여를 고려하면 남성의 비용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CHA2DS2-VASc 점수가 2점 이상이면 1차 약제로 NOAC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즉 1점인 남성은 NOAC 치료 시 비보험으로만 처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 개발 위원장인 연세의대 정보영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1점인 남성은 필요하다면 비보험으로 NOAC을 처방받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이들에게는 NOAC보다 저렴한 와파린을 투약할 수 있다"면서 "다만 진료지침을 통해 NOAC을 처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NOAC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임상에서 항응고요법 치료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국내에서 '여성'인자는 다른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았을 때 뇌졸중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고 보고된다. 이에 '여성'을 위험인자로 봐야할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이번 진료지침에는서 답을 내리지 않았고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바록사반·다비가트란, 고령 환자에게 '저용량'으로

이와 함께 NOAC 치료 용량도 변화를 줬다. 그 중심에 선 주인공은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이다.

네 가지 NOAC 중 초창기에 개발된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은 저용량을 투약할 수 있는 기준으로 신장기능을 평가하는 크레아티닌 청소율(Creatinine Clearance)에 무게를 뒀다. 뒤늦게 개발된 아픽사반과 에독사반은 저용량 투약 기준에 크레아티닌 청소율은 물론 나이, 체질량지수(BMI) 등이 포함됐지만,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은 이 같은 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75세 이상의 고령이라면 다비가트란 저용량을 투약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다비가트란 라벨에도 75세 이상이라면 저용량을 쓰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비가트란의 랜드마크 연구인 RE-LY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다. 저용량인 다비가트란 110mg 1일 2회 투약은 와파린과 비교해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에 차이가 없었고 주요 출혈 발생률은 20% 낮았던 것(N Engl J Med 2009;361(12):1139-1151). 

비록 리바록사반은 다비가트란에 비해 고령 환자에게 저용량을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다소 부족하지만, 국내 임상에서는 리바록사반 표준용량을 복용한 고령에서 출혈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되는 상황이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주요 연구 결과와 임상 경험을 근거로 고령 환자에게 다비가트란 또는 리바록사반 저용량을 투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크레아티닌 청소율 30~50mL/min이거나 75세 이상이라면 다비가트란 110mg을 1일 2회 투약할 수 있고, 저용량 리바록사반 15mg은 크레아티닌 청소율 15~50mL/min 또는 80세 이상일 때 1일 1회 복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출혈 위험을 고려해 고령 환자에게 NOAC 저용량을 처방하고 있다"며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개원가 처방도 고려해야 하기에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고령 환자에게 다비가트란과 리바록사반을 저용량으로 쓰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정 맞게 변형…"향후 책자로 만들어 개원가 보급 계획"

국내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맞춤형으로 제정한 이번 진료지침은 항응고요법 뿐만 아니라 심박수 조절, 동율동 조절 등과 같은 분야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국내 임상에서는 미국, 유럽 등의 가이드라인을 주로 참고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약물에 대한 권고안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의료진에게 필요한 내용은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많은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진료지침 위원회는 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약만을 타깃으로 지침을 제정하면서 분량을 최소화했고 의료진이 권고안을 보기 쉽게 제작해 편이성을 높였다. 

학회는 이번 진료지침 제정을 시작으로 향후 개원가, 준종합병원에서 항응고요법 치료율 높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정 교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치료 시 NOAC 등의 항응고제를 처방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항응고요법 치료율이 83%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 자료가 없는 개원가, 준종합병원 등에서는 여전히 아스피린을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스피린은 출혈 위험을 높일뿐더러 뇌졸중 예방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스피린 처방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학회는 진료지침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항응고요법 치료율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내과학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진료지침을 확인할 수 있어 개원가 등에서도 쉽게 진료지침 열람이 가능하다"면서 "하반기에는 이를 책자로 만들어 개원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포켓북 형식으로 지침을 보기 쉽게 제작함으로써 개원가 등의 항응고요법 치료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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