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이식받은 여성 …올해 1월 건강한 남아 출산

▲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식 후 출산에 성공한 이은진 씨가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조산과 유산 확률이 높아 불가능할 것 같던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은진 씨가 올해 1월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다. 하지만 흉곽장기인 심장이나 폐이식 후의 임신은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해외연구 결과 등으로 가임기 심장이식 환자는 임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컸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신장과 간 기능·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임신 기간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

이 씨는 10년 전 심장근육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5년 전 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심장이식 수술 후 꾸준한 건강관리와 임신 후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는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됐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다.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을 고려해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지만 이 씨의 심장질환을 관리해온 김재중 교수(심장내과)는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첫 출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환자를 배려한 덕분에 이 씨는 지난 1월 9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심장이식 가임기 환자에게 새 희망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아이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심장이식 환자가 임신을 계획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줄여야 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로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심장이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으로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출범한 2000년 이후 올해 3월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이 있었고 수혜자의 32%가 여성이었으며, 그 중 약 3분의 1이 가임이 여성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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