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 결과, 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우울증 등 위험 높이는 인자로 지목

▲ 서울 강남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촬영 당일 미세먼지(PM10) 최고값은 149㎍/㎥를 기록했다.#오늘도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이며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악의 미세먼지는 한동안 계속되겠습니다. 외출을 자제하시고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연일 지독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하늘을 뒤덮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나들이를 갈 생각에 들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미세먼지 공포로 야외활동이 쉽지 않다.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의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80㎍/㎥로 '나쁨' 수준이었다. 이는 초미세먼지를 관측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수치가 높았던 지난해 3월 85㎍/㎥에 육박하는 수치다.미세먼지는 눈, 코, 입 등으로 체내에 유입돼 호흡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지목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뿐 아니라 심혈관, 정신건강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이 같은 위험은 국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지면서 힘을 더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환경적인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미세먼지 농도 상승 → 천식 등 호흡기질환 입원 위험 ↑미세먼지는 눈과 코를 통해 흡입되면서 점막으로 걸러지지 않아 천식 또는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짧은 시간 노출되더라도 급성 기도염증과 기관지수축을 유발해 천식을 악화시키며 많은 양에 노출될수록 입원 위험이 상승한다.2006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천시에서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 오존 등의 농도가 가장 많이 증가한 시기에 천식 및 만성 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 응급실 및 병원 방문 등이 증가했다(Korean J Asthma Allergy Clin Immunol 2006;26:233-238).미세먼지가 천식 악화에 미치는 영향은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고된다. 서울, 부산, 광주 등 국내 7곳 도시를 대상으로 미세먼지의 위험을 연령에 따라 분석한 결과, PM10이 10㎍/㎥ 증가 시 15~64세의 성인과 비교해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천식으로 인한 입원율이 1.3% 상승했고 15세 미만의 소아는 1.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Air Qual Atmos Health 2013;6:543-551).결과상 소아가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더라도 위험이 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부분 국내외 연구에서는 소아가 미세먼지나 오존 등 대기오염 노출에 의한 천식 발생 위험에 더 취약하다는 점에 중지를 모은다(Allergy Asthma Respir Dis 2016;4(4):248-256).PM2.5 1㎍/㎥ 증가하면 심혈관질환 위험 1.36배 '껑충'

체내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폐포를 통과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면서 뇌, 심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심장학계에서도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주목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의대 채인호 교수(순환기내과)팀은 지난해 서울에 거주 중인 총 13만 6094명을 대상으로 PM2.5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J Am Heart Assoc 2017;6(11):e007170.). 2007~2013년에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었던 이들이 포함됐으며,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7년이었다.

최종 결과 PM2.5가 1㎍/㎥ 증가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급성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 등의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36배 상승했다(HR 1.36; 95% CI 1.29-1.43).

이와 함께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최병걸 수석연구원(순환기내과)과 고대 보건과학대학 김성욱 교수·이민우 연구교수(보건환경융합과학부)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협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관상동맥 연축 위험이 증가했다. 이 결과를 계기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건강한 사람의 협심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됐다(Coronary Artery Disease 1월 12일자 온라인판).

나승운 교수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염증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와 기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미세먼지와 협심증 발병 위험에 대한 상관관계에 이어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추가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세먼지 '우울증'도 유발한다

나아가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부르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임상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PM2.5에 장기간 노출되면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위험이 높아진다는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2002~2010년 서울에 거주한 15~79세 성인 총 2만 7270명을 분석한 결과, 2007~2010년에 PM2.5가 10㎍/㎥ 증가할수록 주요 우울장애를 진단받을 위험이 1.59배 증가했다(HR 1.59; 95% CI 1.02~2.49). 게다가 이 같은 결과는 만성질환이 있었던 성인에서 더욱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Environ Health Perspect 2016;124(10):1547-1553). 

아울러 연세의대 신동천 교수(예방의학교실)팀이 2005~2009년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로 응급실을 찾은 약 5000명의 의료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PM10,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의 대기오염 농도가 상승할수록 응급실 방문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J Affect Disord 2014;157:45-51).

학계에서는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기전으로, 미세먼지가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갔거나 호흡기의 후각세포를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하면서 뇌 지지세포에 미세 염증을 일으켜 우울증을 부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마스크로 질환 예방 가능?…"근거 없지만, 다른 대안 없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 '예방적 전략'밖에 답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게 마스크 착용이다.

그러나 마스크의 효용성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크는 산업현장에서 사용하거나 의료현장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개발된 마스크를 변형한 것으로, 이를 통해 미세먼지를 막아 궁극적으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외출 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반드시 정확하게 써야만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양의대 김상헌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마스크가 실제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막고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다만 현재로서는 마스크 착용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마스크를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기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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