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4제 복합제 연구 이어 한미, 고혈압+고지혈 4제 복합제 개발...“너무 앞선다” 우려도

 

시대의 흐름 만큼 빠르다. 제약업계가 복합제를 개발하는 속도에 대한 얘기다. 

과거 2제 복합제에서 최근까지 대세를 이뤘던 3제 복합제. 이제는 4제 복합제까지 넘보는 시대가 됐다. 이름하여 복합제 열풍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로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를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4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HCP1701의 임상1상 IND를 승인 받았다. 

이번 임상시험은 건강한 성인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HGP0904, HGP0608, HCP1306의 병용 반복투여 시 약동/약력학적 상호작용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HGP0904는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 5mg, HGP068은 고혈압 치료제 로사르탄 100mg이며, HCP1306은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10/20mg이다. 

즉, 한미약품이 자사 개량신약인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에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을 합친 4제 복합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4제 복합제 뿐만 아니다. 

학계에서는 고혈압 치료 4제 복합제 개발도 가늠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았던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낮추는 4가지 성분이 결합된 약물을 한 알로 복용했을 때 혈압 감소 효과가 뚜렷했고, 심각한 이상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의 연구가 The Lancet 2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의대 Clara K Chow 교수팀 연구에 적용된 고혈압 치료제는 이뇨제,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RB), 칼슘채널차단제(CCB), 베타차단제로 각각 히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hydrochlorothiazide) 6.25mg, 이르베사르탄(irbesartan) 37.5mg, 암로디핀(amlodipine) 1.25mg, 아테놀올(atenolol) 12.5mg을 상용량의 4분의 1씩 한 알에 결합했다.

이어 환자군을 4제 복합제 치료군(18명) 또는 위약군(18명)에 무작위 분류해 4주간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고, 2주간 휴약기간(wash-out)을 가지고 다시 4주간 치료했다. 

그 결과 4제 복합제 치료군에서 평균 24시간 수축기 혈압이 19mmHg, 진료실 혈압이 22/13mmHg 감소했다.

또 4제 복합제 치료군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뿐더러 환자들은 복합제를 먹는 데 불편감을 느끼지 않았다.

업계 “복합제 개발, 부수적 이득 창출”...의료계 “미세한 용량조절 한계 여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대표적 만성질환들은 1차 치료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성분의 약물을 추가해 증상을 개선하는 게 일반적. 

이 때문에 2개 성분 이상을 합친 복합제가 속속 개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약물을 합친다고 복합제가 개발되는 건 아니다. 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업계에서는 단순한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것보다 복합제를 개발함으로써 개량신약으로 허가,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등 부가적인 혜택을 위한 전략 차원에서 복합제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제약 업계의 4제 복합제 개발 경향을 두고 우려를 표한다. 

복합제의 경우 각 성분을 결합할 때 약물 간 상호작용 문제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약물 간 상호작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거 아닌가.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자에 따라 미세한 용량 조절 등 유연한 처방이 필요한데 복합제는 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내과 개원의는 “여러 약물을 복합하게 될 경우 환자의 복약편의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되레 환자를 불편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미세한 용량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저방에 제한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반드시 필요한 복합제라면 환자를 위해 2제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며 “다수의 약물을 조합하는 형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의대 Steven Chrysant 교수는 한 외신(heartwire)과의 인터뷰에서 "이전 연구에서 하나의 약물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제복합제인 폴리필(polypill)이 실제 임상에서 용량 조절 등 유연하게 처방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의사들이 폴리필 처방을 주저한다고 밝혀졌다"며 "현재 폴리필이 여러 나라에서 승인됐지만, 임상 적용에는 여러 제한점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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