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시행시기 놓고 이견...의정관계 급랭 우려 현실로
"새 집행부 선출에도 정부 대화의지 안보여"-"국민과의 약속 저버릴 수 없다"

▲29일 열린 의병정 실무협의체 10차 회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정협의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초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협 새 집행부의 출범으로, 가까스로 대화무드에 접어든 의정관계가 급랭할 것이라던 예상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의협 비대위 이동욱 총괄사무총장은 29일 의-병-정 실무협의체 10차 회의 직후 “이번 의협회장 선거결과 드러난 의사들의 민심을 존중해, 의료계를 정책파트너로 신뢰하고 존중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또 다시 기대를 저버렸다”며 “정부와의 대화를 오늘부로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 “당선자 첫 요구부터 묵살...정부 대화 의지 없어”

쟁점이 된 것은 4월 1일로 예정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날 비대위는 복지부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를 일방으로 강행했다고 주장하면서 고시 시행 유예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실제 비대위는 이날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정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진행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 연기 ▲시행시기 추가 논의 ▲급여 산정시준 외 초음파 비급여 존치 ▲상복부 초음파 급여인정 대상서 방사선사 제외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를 연기하라고 주장하는 이동욱 사무총장(사진 왼쪽) ⓒ메디컬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동욱 사무총장은 “초음파 급여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며, 관련한 기존 논의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일방적인 고시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해 제도를 보완 시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 비대위는 이번 사안을, 새 집행부 대정부 정책기조 설정의 바로미터로 삼은 분위기다.

앞서 지난 27일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는 상복부 급여화 고시 연기 등 5개 요구안을 내놓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4월부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무총장은 “원활한 제도시행을 위해 제도의 보완시행이라는 지엽적인 요구를 했음에도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집단행동을 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회의 시작에 앞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에 대한 강경파 회장 선출이라는 표심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정부는 새 당선자의 첫 요구임을 알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장에서 (오늘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향후 3년간 대화는 없다고까지 정부에 얘기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의 태도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의정협상은 없다. 의정관계는 경색될 것이며 회원들은 더 분노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후보완 충분히 가능한 사안...국민과 약속 저버릴 수 없다”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복부 초음파 급여화는 2015년 발표된 ‘14~18 보장성 강화대책’에 포함되었던 내용으로, 당초 2017년 시행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의료계와의 준비작업 등으로 지연되어 온 바 있다”며 “(시행시기를 연기하게 되면) 이미 검사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물론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도 예상된다. 이에 고시 시행 연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비대위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종합하자면 문제의 중대성이 고시 시행을 연기할 만큼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일단 정부가 고시 시행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손영래 과장은 “2015년 보장성 강화대책 중의 하나로 발표되고, 2016년부터 의료계와 보험수가를 만드는 등 공동으로 작업을 해왔다”며 “비대위는 자신들과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하나, 고시 이전에 비대위와 비대위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4차례 논의를 진행하고 고시 이전에도 그 내용을 미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또 급여 산정시준 외 초음파를 예비급여로 전환치 말고, 비급여로 존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고시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예비급여는 굉장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체 상복부 초음파 시술건의 5% 내외, 그것도 중증질환 보다는 단순 경과관찰 시에만 적용된다”며 “이에 대한 협의가 미흡하다고 전체 제도 시행을 연기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상복부 초음파에 대해서는 6개월간 심사를 유보하고, 그 기간 모니터링을 통해 추후 급여기준이나 범위를 재조정키로 이미 의료계와 합의한 사항”이라며 “선 시행 후 보완이 충분히 가능한 문제로, 이것을 가지고는 제도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손 과장은 “제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력이 필수적인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든다는 약속이나 원칙은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의 의정협의 중단선언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비급여 급여화를 제외한 보장성 강화대책들은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미 시행된 선택진료비 폐지와 상급병실료 급여화, MRI와 초음파 급여화 등 새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핵심 과제들은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의학적 비급여의 단계적 급여화는 일단 순연시키되, 추가 대책을 숙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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