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물질 빠르게 찾고 안전성 높여 성공률 높일 것” 기대감
“정확한 데이터 확보 방안과 정형화된 플랫폼 없으면 ‘뜬구름’”

 

인공지능(AI)은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핫이슈다. 첨단 기술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획기적인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할 경우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시험 실패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제약업계 등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면서 점차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업계는 AI가 신약개발 과정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 구축과 이를 올바로 활용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이를 위해 정부와 제약사,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다소 과장된 기대 때문에 인공지능의 실제 가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기간 대폭 줄이고 비용도 절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AI.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제약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는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적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면 2~3년 정도 소요되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고, 부작용 우려가 있거나 실패 확률이 높은 후보물질을 걸러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내면서 가격은 저렴한 후보물질을 찾아내거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패한 약물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신약 재창출'도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더 빨리 할 수 있으며 안전성을 높여 효율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적절한 환자를 찾아 신약을 타기팅할 수 있기에 치료 효율을 높이는 한편, 기업에도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제약기업이 많은 정보를 담은 유료 DB를 일상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듯 향후 AI는 신약개발에 기본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투자에 열 올리는 글로벌기업…우리나라도 ‘시동’

신약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다국적 제약사는 이미 AI 활용 신약개발 가능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여건인데 비해 인공지능은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할 수 있고, 동시에 400만 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AI가 신약개발에 활용되면 소수의 연구원만으로 비용과 시간을 줄여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에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영국 AI기업 베네볼런트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임상 단계 후보물질 평가와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올해 중반부터 임상2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IBM의 왓슨을 이용해 면역 및 종양학 연구와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화이자는 왓슨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암 관련 자료를 분석,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병용요법 연구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의약품과 상관없어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신약 기업 아톰와이즈는 약물 설계를 위해 심층신경망을 적용한 아톰넷을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 기업 클라우드 파마슈티컬스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결합해 가상 분자 공간을 검색하고, 새로운 약물을 설계한다. 이를 통해 암, 염증, CNS 장애 및 희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 영역에 적용될 신약을 설계, 개발하고 있다. 

국제적인 AI 바람은 국내사도 움직이게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추진단을 구성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 신약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협회는 인공지능이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신약개발에 나서는 ICT 기업을 볼 수 있다. 스탠다임은 약물 상호작용을 포함한 약물 구조의 DB를 적용하는 알고리듬을 개발, 이를 이용해 약물 후보를 필터링하고, 피드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에 반영해 재실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로스 IBT는 신약 개발용 AI 플랫폼 케미버스를 개발 중이다. 현존하는 약물 관련 DB와 논문 정보가 집약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주는 인공지능이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규모나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큰 격차를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AI 기술은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에서 굴지의 제약사들과 나란히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없고 데이터 부족해 한계”

한편,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AI 활용 신약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더라도 현 단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제약기업이 없다는 점과 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등 한계는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없고, 주로 AI를 빅데이터 수집·분석에 활용하는데 충분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남아 있다"며 "우선적으로 정형화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ICT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탐색 분야에서의 장벽을 짧은 시간에 극복할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상용화 수준의 AI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제약사가 단독으로 AI 플랫폼을 도입하기에는 기업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중심으로 국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고 운영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통해 제약산업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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