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주 초대 회장 "심부전 중요성 커지면서 연구회 변화해야 한다는 컨센서스 이뤄져"

▲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초대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 20여 년간 대한심장학회 소속이었던 심부전연구회가 대한심부전학회로 독립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심부전연구회는 이달 30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리는 제39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대한심부전학회 창립총회를 개최해 대한심부전학회로의 첫 시작을 알린다. 

학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동주 회장(서울의대 순환기내과)은 이러한 변화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며 학회 독립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늘어나는 국내 심부전 유병률을 조절하고 심부전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정책 결정 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연구회에서 학회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며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큰 심부전을 관리하기 위해 두 팔을 걷은 학회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지 최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부전연구회에서 대한심부전학회로 독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연구회는 말 그대로 연구를 목적으로 두지만, 학회는 연구와 함께 대국민 홍보, 캠페인, 정책 제안 등에 포괄적으로 관여한다. 그동안 심부전연구회는 심부전에 대한 기초연구 또는 임상연구 등 학술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 물론 정책 제안이나 대국민 홍보 등도 진행했지만 주로 대한심장학회에서 그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 심부전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2~3년 전부터 심장학회 내부적으로 심부전연구회가 학회로 독립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서 연구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컨센서스가 확고해져 지난 1년간 학회로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이 기간에 기존 연구만 하던 체계에서 변화해 학회 독립 후 대국민 홍보사업, 정책 마련 등과 같은 활동을 어떻게 펼칠지를 계획했다. 이와 함께 학회 구성, 사무실 등을 준비하는 데에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 2040년에는 국내 심부전 환자가 지금보다 2배 더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원인은?

심부전 환자는 심근경색,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선행질환이 있다. 이러한 질환이 점점 진행되고 만성화되면서 결국 심부전이 발병한다. 주목할 점은 국내 선행질환의 유병률은 줄고 있는 반면 심부전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선행질환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이 지금은 치료와 관리를 통해 생존할 수 있게 됐지만, 심장기능이 악화된 상태이기에 결국 심부전으로 이어지면서 유병률이 늘고 있다.

예로, 국가와 국민의 심근경색에 대한 인식도가 높아져 질환을 잘 관리하면서 과거와 비교해 많은 심근경색 환자가 생존했다. 그러나 이미 이들의 심장은 망가진 상태다. 망가진 심장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심장 기능이 더 악화되면서 심부전이 발병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이 되면 심부전은 자연적으로 발병할 수밖에 없다. 마치 차를 오래 타면 엔진이 낡아지는 것과 같다. 70세 이상의 고령 중 10%는 심부전이 자연스럽게 발병한다고 보고된다. 결국 선행질환 치료가 발전하고 동시에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심부전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최동주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늘어나는 심부전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학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심부전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일반인, 정부뿐만 아니라 심장을 전공하지 않는 의사들은 심부전의 위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심부전을 잘 알고 있어야만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이에 학회로 독립하면서 일반인, 간호사, 개원의, 정부를 대상으로 심부전에 대해 알리는 홍보 활동에 힘을 실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심부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심부전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심부전 관련 정책 마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늦었다. 여러 곳에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부전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에 요청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가 심부전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대정부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 2006년 시작된 심부전 등록사업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심부전 등록사업 1, 2기는 마무리됐다. 3기는 학회 창립과 맞춰 시작하고자 한다. 1, 2기와 차이가 있다면 전보다 큰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정부 자료가 아닌 등록사업 서버를 구축해 등록사업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심부전 등록사업은 국내 현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심부전 치료 변화를 확인하고 센터간 질평가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등록사업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2016년과 2017년에 만성심부전·급성심부전 진료지침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권고안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가지고 있는 미국, 유럽 가이드라인이 반영됐다. 아직 우리는 이 같은 근거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지 않기에, 등록사업을 통해 국내 데이터를 더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5년마다 진료지침 개정판을 발표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초대 회장으로서 임기 2년 동안 목표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심부전 인식 확산이다. 여기에는 일반인을 비롯한 정부, 개원의, 간호사 등이 포함된다. 이에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학술 프로그램은 물론 간호사 교육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세션 등이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부전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또 학회는 학문적인 발전도 중요하기에 국내 심부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등록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심부전 백서 발간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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